양도세 완화 놓고 당정청 자중지란

시장 혼선속 전문가들 ‘심리’ 주목

시장에 ‘공급 확대’ 역신호 줄 수 있는 ‘정책 갈지자 행보’ 우려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이 있다. 현실이 힘들어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 크다면 가치도 커진다는 말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외 주식시장의 가파른 상승, 수요 감소에도 오르는 원유·금속 가격 등이 대표적인 예다.

양도세완화 당정청 자중지란, 시장은 “간보기 질린다”
남산서울타워 전망대에서 한 시민이 서울시내를 바라보고 있다. [헤럴드경제 DB]

최근 정부와 여당은 양도소득세 완화를 놓고 갈지(之)자 행보를 펼쳤다. ‘아이디어 차원의 정책 구상’→‘언론보도’→‘부인’의 전형적인 간보기 3단계다. 지난 1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새로운 주택을 신규로 공급하기 위한 정책 결정과 기존 주택을 다주택자가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다 공급대책으로 강구할 수 있다”고 발언 한 이후 ‘부동산 양도세 중과 완화’ 가능성이 부각됐다. 하지만 논란이 커지자 다음날 민주당이 나서 “검토된 바가 없다”며 기존 정책 고수를 재확인했다. 결과적으로 12일 남은 건 6월 양도세 중과는 예정대로 시행될 것이라는 신호 뿐이다.

‘부인’에 방점을 찍은 여당은 “관련 정책 법안들이 효과를 막 보이려고 하는 시점에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최인호 수석대변인)며 정부 여당의 세부담 규제 기조가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했다. 보유세와 거래세 모두 조이기 전략이 소위 ‘투기세력’의 숨통을 조이고, 결국 매물 출회로 이어지며 가격도 안정될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김진표 의원과 김병욱 의원은 양도세 중과 완화와 한시적 유예, 30~40%의 세액공제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도세 완화에 대해 일단 전문가들은 긍정적이다. 유선종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가 시장에 매물을 내놓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양도세 중과 유예’라는 규제완화가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보유세 부담이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는 시장에 절세 차원의 매물을 내놓는 다주택자가 제법 있을 것”이라며 “절세 매물이 늘면 가격도 일시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다주택자 매물이 쏟아지더라도 편향된 군중심리가 매도물량을 소화할 것”이라며 “오히려 임대시장 매물을 감소시키는 악영향을 초래하게 된다”고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요인들이 워낙 복잡한 만큼, 그 효과에 대한 전망도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도세 중과 유예’ 효과에 대한 견해는 달라도, 공통적으로 ‘심리’를 언급했다. 정부와 여당이 “주택은 투기가 아닌 주거의 대상”이라며 ‘1가구 1주택법’까지 발의했지만, 시장과 전문가들, 그리고 정책을 짜고 실행하는 정부와 여당 인사들까지 부동산도 ‘심리’에 영향을 받는 ‘시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말이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주가를 또 부동산 가격을 역대급으로 끌어올린 ‘심리’의 비결은 수요의 변화다. 미래의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신규·추가 수요를 낳고, 한정된 공급 속에서 가격을 끌어올리는 ‘경제학 개론’의 기본 개념이다.

부동산도 ‘심리’가 작동하는 시장 중 하나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면,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도 명확하다. ‘영끌’로 대변되는 수요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신축공급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을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양도세 완화는 어찌보면 가장 빠른 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기자회견에서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건, 크게 보면 그 방향이 맞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이 거래세인 양도세를 낮추는 게 맞다고 한 사안임에도 정부와 여당은 이를 거스르고 있는 것과도 마찬가지다. 양도세 인하를 둘러싼 당정청의 ‘자중지란’은 고스란히 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도대체 정부가 어찌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번 정부의 전형적인 간보기 정책 행보가 질린다”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다.

여당과 정부가 하룻만에 극과 극으로 엇갈린 행보를 보인 것이 자칫 ‘공급 확대’라는 가격하향을 위한 시그널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극히 우려스럽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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