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사이트 폐쇄해달라“ 청원 쇄도

정부 'https 차단' 강수에도 ‘우회앱’에 무력화

매일 5000대 폰에 우회앱 설치…현재 170만

방심위 차단 사이트 11만건…80% 이상 도박

“고3 아들까지 도박중독이에요 ㅠㅠ” 접속앱 이용 200만 육박! [IT선빵!]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고3 아들아이가 중3 때부터 스마트폰 불법 도박에 중독됐습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불법도박사이트를 전면 차단해 청소년들이 쉽게 빠질 수 없게 해달라”는 내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도박에 중독된 자식으로 인해 해당 가족은 물론 일가 친척까지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며, 유사한 비극을 늘어나지 않도록 해달라는 호소였다.

자신은 38세 남성이라고 밝힌 한 청원인이 ‘도박성 게임이 제발 사라지게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글도 올렸다. 그는 “지금껏 13년 일하며 모은 돈을 2년 사이 확률적 도박으로 모두 사용해버렸다”며 “저 자신이 싫고 죽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현재도 게임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2년 전 2억7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분양받았고, 입주와 동시에 여자친구와 결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도금과 계약금을 모두 게임으로 날리고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다고 그는 적었다.

“고3 아들까지 도박중독이에요 ㅠㅠ” 접속앱 이용 200만 육박! [IT선빵!]

불법 도박으로의 접근을 막아달라는 국민 청원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8년 사행산업 관련 통계에 따르면, 도박중독 상담 및 치유를 위해 한국 도박문제관리센터를 찾는 이들 중 대다수인 89.1%는 온라인 불법 도박 이용과 관련됐다.

이런 와중에 불법 도박 사이트 등 접근에 사용되는 https 우회 접속앱의 사용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3일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대표적인 국내 https 우회 접속앱을 설치한 휴대폰 대수는 지난 11월 말 기준 170만대(안드로이드+iOS 기준)로 확인된다. 동일 기준으로 집계를 시작한 지난 5월 이후 약 31만대가 순증했다. 일별 추이를 확인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탑재 휴대폰만 살펴보면, 이달들어 새로 앱을 설치한 휴대폰 대수는 10만1594대에 이른다. 매일 5000대 안팎의 휴대폰에 https 우회앱이 설치되고 있는 셈이다.

https 우회 접속앱의 사용량이 증가한 것은, 지난해 2월 정부가 불법음란물, 불법도박, 불법저작물 등 유해 사이트 접속을 막기 위해 ‘서버네임인디케이션(SNI) 필드 차단 방식’을 도입한 이후부터다. 정부는 기존에도 불법 유해사이트를 꾸준히 차단해왔지만, 해외 불법 서버 운영자들이 일반적인 ‘http(Hyper Text Transfer Protocol)’보다 보안이 강화된 ‘https’ 방식으로 웹사이트를 수정하면서 단속이 쉽지 않았다. 이에 인터넷 검열 논란 등을 감안하고서라도 새로운 차단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https 우회앱이나 가상사설망(VPN)을 통하면 여전히 해당 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어 그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https 접근 차단에 나선 것은 법률상 불법정보 유통 방지를 위한 일종의 기술적인 조치였다”며 “그렇다고 VPN 활용까지 강제적으로 규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차단 사이트로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한계는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정부가 https 차단 결정을 내릴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해 차단 목록에 오른 사이트는 895개였다. 그중 불법 도박 관련 사이트는 776건으로, 전체 차단 사이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7%에 이른다. 현재 SNI필드 방식이 적용된 사이트 개수는 지난해 5만6005개, 올해 5만5118개 등 총 11만1123개다. 첫 차단 당시의 비율을 그대로 적용하면, 현재 약 9만여개의 불법 도박 사이트가 개설돼 있는 것으로 운영된다. 우회앱을 이용하면 이들 사이트에 무리 없이 접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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