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N번방과 비슷한 피해를 겪고있습니다”
소셜미디어(SNS) 트위터를 통해 본인의 얼굴이 도용된 사진 등으로 극심한 성추행 피해를 입고 있다는 청와대 청원이 등장했다. 이달 10일부터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한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 본격 시행됐지만, 외국계 플랫폼 등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예방·조치하기에는 여전히 제도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에선 내 잘못이라고 탓해”
A씨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2020년 3월부터 트위터에서 제 사진을 도용해 성적인 말이 올라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6월부터는 더 심해져 저의 사진과 SNS 계정 링크까지 올려 농락하는 메시지를 보내라는 글도 올라왔다”고 토로했다.
A씨는 급기야 “글을 올린 사람은 야한 사진에 제 얼굴을 합성해 저에게 보냈고 성적인 말을 무차별하게 보냈다”며 “일이 갈수록 심해지자 사람을 만나는게 무섭고 심리적인 불안을 느껴 상담까지 받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수차례 신고와 고소를 진행했지만 수사기관에서 제대로된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 경찰서에 갔을때 이런 사건은 신고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며 “개인의 사생활을 SNS에 올린 것이 문제가 있다며 저를 탓했고 수사는 달라지는 것 없이 범인이 누군지 좁혀지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여러번 알아본 결과 트위터는 우리나라 계정이 아니라 협조를 부탁해야 하는데 외국에선 도와주지 않는다고 한다”며 “저같은 사건을 당하는 피해자들이 많아 트위터를 만든 외국회사에서도 도와줄 수 있는 방도가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글을 올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N번방 방지법’ 실효성 지적 여전
A씨와 같은 피해 사례가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하자,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해 도입한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 제대로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디지털 성착취물을 조직적으로 유통한 ‘N번방’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자, 정부는 범정부차원에서 디지털 성범죄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른바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시행령을 마련하고 이달 10일부터 본격 시행한 상태다.
‘n번방 방지법’ 시행에 따라 인터넷 사업자는 불법 촬영물 등에 대한 삭제·차단 조치를 의도적으로 이행하지 않으면 매출액의 3% 이내에서 과징금이 부과된다.
불법촬영물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주체도 일반 사용자 뿐 아니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성폭력피해상담소 등도 추가됐다.
하지만 법 도입의 발단이 된 텔레그램을 비롯해 트위터 등 해외 사업자에 법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이에 방통위 측은 “해외 플랫폼 사업자도 조치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하고 유사한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했을 때 정부가 행동지도를 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다”며 “제도에 따라 집행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같은 청원 내용에 대해 트위터코리아 측은 “경찰 등 수사기관의 정식 요청이 있을 때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서 개인정보 제공 등의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