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91%, 300인미만 기업서 발생
예기치 못한 사고에 기업 존폐 우려
“추상적 안전의무 위반 처벌은 과잉”
“중소기업 대부분이 창업 오너가 경영을 도맡고 있는데, 최고경영자가 구속될 경우 회사는 문닫을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플라스틱 용기를 제조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가져올 후폭풍에 대해 이같이 우려했다. 기업이 산업재해를 방지해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가 회사의 존폐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다.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납품 거래가 많은 중소기업의 경우 생산기간과 비용, 계약구조에 따른 무리한 작업이 이뤄질 개연성이 높아 사고 위험이 클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업무상 재해 발생 비중을 보면 전체 산업 재해자의 91%가 300인 미만 기업에서 발생했다. 사망자 역시 82.4%가 중소규모 기업에서 나왔다.
중소기업계는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안전보건조치 위반을 처벌 사유로 규정한 점이 과잉입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고 발생 때 기업이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다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의무만 1222개에 달하는 게 현실이다.
중소기업들은 이를 완벽히 준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어떤 법을 위반하면 어떤 처벌을 받는지에 대한 기준도 모호해 규제 당국의 재량으로 의무 준수 판단이 결정되고, 이에 따라 최소 2~3년의 징역을 받을 수도 있어 ‘원님재판’이 이뤄질 우려도 높다고 얘기한다.
중소기업계는 업종과 산업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세부 안전지침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예컨대 제조 공정과 건설 공정의 작업 절차·안전 기준의 차이가 크지만, 현행법은 획일적 기준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작동 가능한 안전관리규정을 만들어 이를 감독해야하는 게 중기 현장의 목소리다.
근로자 개인의 부주의나 지침 미준수 등으로 일어난 사고까지 기업이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하는 것역시 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산업재해 발생 가능 주요 요인’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의 지침 미준수에 따른 과실이 47.9%(복수응답)에 달했다. 예방조치 필요성 인식 부족(19.5%), 관련 전문성 부족(11.1%) 등 근로자의 안전 노력도 제고돼야한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주장이다. 유재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