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옥산에서 내려오는 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은행나무 숲이 있었다. 은행나무 숲 역시 미탄면 북쪽에 있는 청옥산이 품고 있다.
은행나무 숲은 산자락 1만여 평 위에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졌다. 지난 2002년, 한 기업인이 평창에 놀러왔다가 그 산새가 너무 아름다워서 평창에 땅을 사고 아예 터를 잡아 눌러앉았다. 처음에는 모과나무를 심었는데 잘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에는 은행나무 묘목 한 그루 한 그루를 심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어느새 1,500그루가 되었다. 아버지가 묘목을 심어 은행을 수확하는 동안 아들이 산책로를 조성하고 캠핑과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곳은 현재 다양한 문화 예술이 상시 펼쳐지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필자가 은행나무 숲을 찾았을 때 은행나무 잎은 이미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었다. 남쪽과 서울은 아직 노란 은행잎이 한창인데, 은행나무 숲의 은행잎은 모두 바닥에 떨어져 내년을 기약하고 있었다. 노란 은행나무잎을 살포시 밟아보았다. 마치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푹신푹신했다. 눈이 내리는 날, 수북이 쌓인 눈 위에 맨 처음 눈발자국을 찍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낙엽을 밟으며 걸어보니 학창 시절에 외웠던 구르몽의 시가 생각났다.
낙엽 R. D. 구르몽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이 시를 은행나무 잎사귀에 적어 친구에게 주었던 기억도 떠올랐다. 은행잎이라 발자국은 남지 않지만, 한없이 걷고 또 걸어보고 싶은 길이었다.
은행나무 사이사이에 먹고사리, 곤드레, 곰취나물 외 각종 산나물들이 수많은 야생화와 함께 자라고 있었다. 또 특이한 점은 은행나무 알을 밟으면 고약한 냄새가 나는데 이곳 은행나무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 주인에게 물으니 이곳에 심은 은행나무는 개량종으로 처음부터 냄새가 나지 않는 품종이라고 말한다.
산책로를 걸어 올라가니 숲속 놀이터가 나왔다. 곳곳에 해먹이 걸려 있고 방문한 사람들이 쉴 수 있게 플라스틱 의자와 캠핑 의자가 놓여져 있었다. 알록달록한 박스를 뒤집어 놓았을 뿐인데 편한 의자로 변신한 것이 흥미로웠다. 이곳에서는 종종 공연도 열리고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자연에 심취해 멋진 공연을 볼 수 있다면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곳곳에 주인 부자가 애정을 가지고 꾸며놓은 손길이 느껴졌다. 나무에 매달린 예쁜 새둥지에는 우편함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겨우내 새들이 추위를 이길 수 있는 보금자리로 아주 훌륭한 공간이었다. 한참을 올라가니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옐로우트리 카페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은행나무 사이사이에는 각종 산나무들이 함께 자라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자연훼손은 자제 부탁드리며, 화기사용은 절대 금지입니다. 지금 계신 공간으로 위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시면 옐로우트리 카페 신축 중입니다. 2021년 3월 오픈 예정입니다. 먼길 달려 오셨으니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세요.
한참을 걸어다녔지만 이곳도 역시 춥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반갑게도 따뜻한 벌꿀 차와 청옥산 건 오미자로 만든 오미자차를 팔고 있었다. 얼른 가서 뜨거운 차를 한 잔 마셨다. 온몸의 추위가 가시는 듯했다. 한쪽에는 청옥산 농원에서 재배한 백태, 오미자, 찰수수, 쥐눈이콩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산지에서 직접 재배한 것이라 안심하고 먹을 수 있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니 여러 가지로 좋은 점들이 많았다. 특히 벌꿀은 인근에 있는 남양농장에서 직접 공수해 온 것인데 100% 순도를 보장한다고 했다. 이곳 농작물은 청옥산농장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청옥산 농장 은행나무숲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다가 최근에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장소이다. 원래 은행나무숲으로는 홍천 은행나무숲도 빼놓을 수 없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폐쇄되었고 그래서인지 올해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부쩍 늘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과 따뜻한 차, 그리고 현지에서 구입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농작물, 게다가 귀와 눈을 호강시키는 연주회까지, 일석사조의 혜택을 오롯이 느낄 수 있으니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와도 결코 실망하지 않을 것같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나무에 달린 멋진 은행나무를 볼 수 있었을 텐데, 시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청옥산농원을 나와 평창군 평창읍 노람들길에 위치하고 있는 바위공원을 찾았다. 평창 바위공원은 전국 최대 규모로 5,380여평 부지에 123개에 이르는 수석들이 2~140톤 규모로 다양하게 평창읍 중리, 노람뜰 일원에 조성되어 있다.
공원 입구에서 주차를 하고 둘러보는데 한눈에 보아도 탁 트인 공간에 군데군데 서 있는 기암괴석들이 웅장하게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거북바위, 두꺼비바위, 선녀바위 등 바위의 특색을 살려서 어쩌면 이름을 그렇게 잘 지었을까 싶다. 얼핏보면 저게 뭘까 싶은 바위도 가까이 가서 이름을 보고 자세히 보면 영락없이 이름에 걸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원은 산책을 해도 좋을 정도로 꽤 넓었고 강가 쪽으로는 캠핑장 데크가 줄지어 놓여져 있었다. 이곳은 취사장과 편의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어 여름에 예약하려면 한바탕 치열한 전쟁을 치러야 겨우 캠핑을 할 수 있는 인기 있는 장소다.
또 앞산 장암산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어 패러글라이딩이 날아오르고 착륙하느라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알록달록 멋진 패러글라이딩이 바람에 날려 비행을 하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바위공원은 평창지역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수습된 기이한 수석 바위들을 주제로 조성한 공원으로 지난 2006년 개장했다. 이곳은 전국 최대 규모의 바위공원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다양한 수석 바위가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멋지게 자리하고 있다. 입구에는 멋진 전망대와 넓은 꽃밭이 조성되어 있어 더욱 많은 볼거리가 있었다.
평창군은 예로부터 질 좋은 수석이 많이 나와 수석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걸음을 멈추고 바위 하나 하나를 살펴보면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기도 한다. 그중 거북이처럼 보이는 거북바위를 향하여 아홉 번 절하면 1년이 젊어지고 18번을 절하면 2년이 젊어지며 만복을 누리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하고 있다.
방림면에 있던 140톤의 바위를 옮겼다는 신선암이란 바위는 신선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바둑을 두며 풍류를 즐기던 곳이었고 바위 중앙에 돌로 만들어진 바둑판이 놓여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지나가던 행인이 바둑판을 굴려 없어진 이후로 신선들의 발길이 끊어졌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인근에는 매달 5일과 10일에 장이 열리는 평창 전통시장이 있는데 장날에 맞추어 오면 메밀전병, 메밀부침개 등 평창을 대표하는 먹거리를 먹을 수 있다. 또 평창 강변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면 근처 노람들 황화 코스모스가 지천으로 피어있는 경관도 볼 수 있다. 봄에는 유채꽃이 1만 평 규모의 들에 피어서 사람들을 손짓하고, 5~8월에는 일명 황금 코스모스라고 부르는 황화코스모스가 아찔한 경치를 선사한다.
황화코스모스는 다홍색과 진노란색으로 화려하며 꽃말은 넘치는 야성미, 키는 1~2미터로 큰편이다. 국화과의 한해 두해살이 풀이며 원산지는 멕시코다.
황화코스모스가 지천으로 피는 5~8월과 데이지꽃이 피는 5~7월,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평창의 대표꽃은 바로 메밀꽃인데 메밀꽃의 절정은 8~9월이라고 한다. 갑자기 볼거리가 풍성해진 평창에 꼭 다시 와야 하는 이유가 생긴 듯하다.
글/전정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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