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진짜 ‘똥값’된 갤럭시S20 FE!…중고폰이 더 비싸네ㅠㅠ”
삼성전자의 갤럭시S20 FE(팬에디션)의 중고품 가격이 신제품 가격보다 비싼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갤럭시S20 FE는 삼성전자가 지난 10월 애플의 아이폰12 미니를 견제할 대항마로 투입한 모델. 하지만 판매 부진에 출시 두 달도 안 돼 ‘몸값’을 대거 내리며 중고품이 신제품보다 비싸지는 황당한 일이 빚어졌다. 판매가 크게 부진하자 가격 승부수를 던졌다.
11일 중고 스마트폰 거래 사이트 세티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갤럭시S20 FE의 중고가는 62만9000~67만2000원에 형성돼 있다.
KT향 갤럭시S20 FE가 가장 저렴한 62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자급제향 갤럭시S20 FE는 이날 평균 67만2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세 기준은 정상적인 결제 및 거래 완료 기준으로, 표준편차 범위를 벗어난 상하위 거래건을 제외한 범위 이내의 평균 거래금액으로 추산한 것이다.
그런데 이날 기준 갤럭시S20 FE의 신제품 실구매가는 이보다 훨씬 저렴하다.
지난 10월 출시된 갤럭시S20 FE 출고가는 89만9800원. 아이폰12 미니를 겨냥해 중저가폰 세그먼트로 나왔다. 하지만 기대 이하의 저조한 실적을 보이며 출시 한 달만에 공시지원금을 48만원(최고가 요금제 기준)으로 대폭 상향했다.
이에 따라 갤럭시S20 FE의 최저 실구매가는 34만7800원. 48만원의 공시지원금에 최대 15%의 추가 지원금 7만2000원을 할인받은 최종 가격이다. 신제품가보다 중고폰 가격이 2배 가량 더 비싼 것이다. 당초 최대 공시지원금은 24만원으로, 추가지원금 15%(3만6000원)을 받아 최저 62만3800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중고폰 특성상 공기계만 구입하는 것인만큼 신제품 가격보다 비싸게 구매해도 요금제 가입이 자유롭단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신제품보다 2배 가량 비싼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업계에선 신제품 출시 전 무리하게 재고를 소진하려다 이같은 기현상이 빚어졌다 보고 있다. 갤럭시S20 울트라의 경우에도 갤럭시S21 출시 전 재고 소진차 출고가를 낮추고 지원금을 높이는 과정에서 신제품가가 중고가보다 낮아진 상황이다.
반면 애플 아이폰의 경우 아이폰12 시리즈 출시에도 불구하고 아이폰11의 중고가가 신제품가보다 낮은 상황이다. ‘짠물’ 지원금 탓에 중고가가 적게는 10만원, 많게는 수십만원가량 저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