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만에 강남, ‘사자’>‘팔자’
매수수요 늘면서, 가격도 상승
전셋값도 수억원 오르면서
계약갱신청구해도 10~15% 올려 거래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석 달만에 처음으로 강남 아파트를 사려는 이가 팔려는 이를 역전했다. 14일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한강 이남 11개구의 주택 매수우위지수는 12월 첫째주(7일 기준) 104.6으로 집계됐다. 강북 14개구는 103.0을 기록했다. 0~200까지의 범위인 이 지수는 100을 넘길수록 ‘매수자가 많다’를 의미한다.
한강 이남의 매수우위 지수는 8월 마지막주 이후 줄곧 100아래였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관련 대출 및 세금 규제를 이어간 데다가, 서울 및 수도권 전세난으로 전세 회피수요가 중저가 아파트 매수수요로 돌아서면서 시장의 관심에서 비껴갔다. 그러나 중저가 아파트가 오를대로 오르고, 서울·수도권 뿐 아니라 전국 주요 도시에서 10억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 거래가 이어지자 상황은 달라졌다. 매수수요의 ‘강남 컴백’이 시작된 것이다.
지방도 15억...강남이 차라리 싸다
실거래가도 이를 반영한다. 송파구 잠실엘스 119㎡(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3일 27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이 일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난 6월 23일 이후 실거주 수요가 아니면 매수자체가 불가능하다. 해당 면적은 토지거래 허가제 이후 첫 매매 거래로 당시 최고가(26억5000만원)보다 5000만원을 더 썼다.
강동구의 래미안명일역솔베뉴 59㎡도 지난달 22일 13억45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13억원대 거래는 처음일 뿐더러, 올 상반기까지는 10억원 대에서 거래돼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가 아파트 매수세의 복귀는 중저가 아파트나 지방 아파트 값이 상승한 데 따른 체감 가격 하락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에서 자산가들의 부동산 상담을 맡고 있는 한 전문위원은 “대구나 울산에서도 10억, 15억원이 넘는 중소형 면적 아파트가 나오고, 마포 등의 신축 중형이 17~18억원까지 오르면서 오히려 강남 아파트가 싸다고 느끼는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구에선 수성구 범어동 빌리브범어 84㎡의 실거래가가 15억원을 넘었고, 울산과 창원에서도 중대형 면적이 14~15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세난에 5% 상한룰도 무너진 ‘집주인 우위’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이 서로 맞물려 움직이는 만큼, 전셋값 상승도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전세 매물 품귀가 잇따르는 지역에선, 전월세상한제도 무력화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주 송파구에선 0.96%의 전세가격 상승률이 나타났는데,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가격을 30~40% 올려 내놔도 거래가 가능할 정도로 임대 매물이 없다”면서 “간혹 계약갱신청구권으로 계약 연장을 하는 경우도 가격 조정을 통해 이전 전셋값 대비 10%~15% 오른 값에 연장 거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일대 전셋값은 연일 최고가다. 송파구 잠실엘스는 지난 3일 84㎡가 14억3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는데 이는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이전 대비 4억원이 오른 값이다. 헬리오시티도 같은 면적이 5일 전세보증금 13억원에 거래되며 임대차법 이전 거래가보다 4~5억원이 상승했다.
이에 규제가 매물을 잠그면서, 오히려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강남구 역삼e편한세상은 이달 2일 103동 11층 84㎡가 25억원에 매도되며 신고가 거래됨과 동시에 5일 14억8000만원 전세 최고가에 거래됐다. 인근 대치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사실상 갭투자가 금지되자, 역삼동으로 수요가 이동한 것이다.
서초구 반포동 공인중개업소는 “전세가격이 오르면, 매매가격도 오른다”면서 “내년부터 다주택자 세금이 중과되기 때문에 일부 세금회피용 급매물이 나올 수 있으나, 시장 가격 전반을 끌어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yjs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