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저가·재건축 단지에 몰리는 수요

지방에선 비규제지역 풍선효과도 뚜렷

전국 아파트 전셋값도 66주 연속 상승세

국토부 파주·울산·창원 등 규제지역 지정여부 검토

“내년 입주물량 연말에 몰려, 상반기 공급 관건”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이러다간 새 장관이 임명되자마자 25번째 대책을 내놔야 할 판이다.” (금융권 부동산 전문가)

전국 아파트값이 2012년 5월 통계 작성 이후 8년 7개월 만에 최고로 뛰었다. 저금리에 따른 유동자금이 늘어난 데다 전세난, 패닉바잉(공황구매), 풍선효과 등이 맞물려 나타난 결과다. 정부의 전세대책이 지난달 19일 발표됐지만, 전세난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아 시장 불안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전국이 펄펄 끓는 ‘불장’…새 장관 오자마자 대책 낼 판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모습 [연합]

출구 없는 전세난…전국 집값 올렸다

1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의 주간 아파트값은 이번 주 0.27% 올라 전주(0.24%)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상승률은 통계 작성이 이뤄진 2012년 5월 이후 최고치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방에서 모두 아파트값 오름세가 뚜렷하다. 서울 아파트값은 0.03% 올라 지난주와 같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그동안 진정되는 분위기였던 강남권 아파트값이 재건축 진척 기대감에 힘입어 다시 들썩이면서 강남구(0.05%), 송파구(0.04%), 서초·강동구(0.03%) 등 강남4구의 상승폭이 커졌다.

상대적으로 중저가단지가 많은 노원구(0.05%)를 비롯해 동대문구(0.04%), 강서구(0.04%) 등의 상승률도 두드러졌다. 새 임대차법 시행 후 전세 품귀현상이 심화, 전세수요 일부가 중저가단지 매매수요로 돌아서면서 집값을 밀어올리고 있다고 부동산원은 분석했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0.18% 올라 지난주(0.16%)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지난달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피해간 파주는 이번 주까지 3주 연속(1.06%→1.38%→1.18%) 1% 이상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규제가 덜한 곳으로 수요가 몰리는 전형적인 풍선효과다.

지방(0.35%)의 상승률은 수도권의 약 2배에 달했다. 역시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피해간 곳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는데, 부산에서는 가덕도 신공항과 국제신도시 개발 기대감이 있는 강서구가 한 주 사이 1.32%나 올랐다. 창원은 성산구(1.15%)와 의창구(0.94%), 울산은 남구(1.15%)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뛰었다.

울산 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초기에는 신축 위주로 오르다가 그 열기가 구축으로 옮겨가면서 전반적으로 호가가 최소 5000만원, 최고 2억원까지 뛴 상황”이라며 “남구가 규제지역 지정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북구, 동구 등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는 경기 파주와 울산, 창원, 부산 일부 지역 등에서 집값 과열 양상이 나타난 데 따라 조정대상지역 추가 지정을 고려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집값 불안이 지속되는 지역을 대상으로 상세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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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반기 및 월별 입주물량 추이 [직방]

정부, 규제 고려하지만…꼬일대로 꼬인 시장

전문가들은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전세난과 패닉바잉, 풍선효과 등이 겹치면서 전례 없는 ‘불장(부동산 시장 과열)’이 펼쳐지고 있다고 봤다. 특히 매매수요 전환을 불러일으킨 전세난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번 주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은 0.29% 올라 지난주와 같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66주 연속 상승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기본적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수요억제책을 통해 매매시장의 불안을 잡는 듯했으나, 이것이 임대차시장 매물에 영향을 미치고 또다시 매매시장이 흔들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꼬일 대로 꼬여 단기간에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집값뿐만 아니라 연동하는 취득세, 중개수수료 등 이사에 필요한 비용이 늘어나면서 이 자체에 대한 부담으로 눌러 앉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며 “매년 신규주택 수요는 있는데 시장에 나올 만한 매물들이 묶이고, 그나마 나온 매물의 가격은 더 뛰면서 불안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함 랩장은 “내년에는 11~12월에 예정된 입주물량이 많아 상반기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면서 “상반기 공급을 집중해 불안을 덜어주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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