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스핑크스, 나일강과 4대문명의 발상지, 클레오파트라, 모세의 출애굽기로 유명한 ‘이집트’는 인생에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은 신비로운 동경의 나라이자 관광지로 익숙하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더 먼 북아프리카에 있는 이집트와의 경제 협력 모습은 지리적 거리만큼이나 덜 익숙하기도 하다.

중동 1위의 인구대국, 아프리카 대륙 3위의 경제 규모, 아프리카 시장진출의 교두보, 아프리카 2위의 천연가스 생산국, 중동아프리카 국가 중 비교적 발달한 제조업. 조금은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집트를 표현할 수 있는 전략적 가치로서의 다른 키워드로, 실제 이집트의 모습이다.

한류도 소수 마니아층 위주로 탄탄하게 형성돼 있다. 이집트에 한국어과 2곳을 포함해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곳이 11개 정도가 있다. 대표적인 아인샴스대학의 한국어과는 올해 11회 졸업생들을 배출할 예정이며 해마다 30명 정도의 졸업생을 배출한다. 이들은 한국드라마 대사를 듣고 받아쓰며 달달 외우는 등 열정으로 한국어를 흡수하고 한국인보다 한국어를 더 잘 구사해 만나는 한국인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다양한 루트로 한국문화에 열광하는 이집트 청년들은 차세대 지한파·친한파 후보들로, 1억 인구 중 청년 인구가 절반을 차지하는 인구대국 이집트에서 우리나라와 기업에 자산이 될 것이다.

이집트의 전략적 가치, 미래 전망 및 소비자층의 안정적 확보와는 달리 한국 기업의 시장환경은 녹록지 않다. 이집트·EU FTA로 2019년 1월부터 EU산 공산품 대부분이 무관세로 이집트에 수입된다. 이 때문에 우리의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의 가격경쟁력이 저하돼 2019년 대(對)이집트 수출은 전년 대비 14%가 감소했다. 의료기기 ‘참조국 제도(Reference Country)’도 우리 기업의 의료기기제품 등록을 지연시키는 만성적인 애로사항으로 작용한다. 코로나19로 의료기기 조달 관련 이집트 정부의 개입이 강화될 것으로 보여 어려움이 가중될 듯하다.

이런 이집트와 우리나라는 올해 수교 25주년을 맞았다. 양국 간 교역 규모는 통계수치가 잡히는 1989년 2억2000만달러에서 2019년 18억5000만달러로, 약 8배 성장해 현재 이집트는 한국의 수출대상국 42위를 차지한다. 우리 기업의 대이집트 투자 규모도 1980년 200만달러에서 2019년 2900만달러로, 약 15배 증가했다. 이집트에 투자한 한국 대기업은 생산제품의 80%를 인근 국가에 수출해 단일 외국 회사 기준 이집트의 대외수출기여도에 1등을 차지할 만큼 이집트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올 초 우리 정상의 이집트 순방 얘기도 있었으나 코로나19로 취소돼 아쉽다. 조속히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고, 수교 25주년 계기로 교역조건 개선, 상호 인증 협력 기반 구축 등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환경이 마련될 것이라 믿는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신남방·신북방 이후 차세대 시장이 될 이집트와 상생의 경제협력 파트너십을 향유하는 관계 발전를 기대해본다.

김지혜 코트라 카이로 무역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