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대한민국 방송이 트로트 방송 밖에 없나요?”
임영웅, 김호중 등 트로트 가수들의 열풍 속에서, 한 무명 가수가 TV 트로트 방송을 자제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을 올려 눈길을 끈다.
자신을 무명 트로트 가수라고 밝힌 A씨는 국민 청원을 통해 “무명 트로트가수로 처음에는 트로트가 활성화 돼 좋았지만 무명 가수 수십만명이 다 죽은듯 하다”며 “TV에 나오는 오디션 가수들은 광고까지 섭렵하며 종횡무진 하는 반면, 언더그라운드에 묻혀있는 가수는 얼굴 한 번 못내밀고 묻혀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그러면서 “방송국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어 장르가 트로트밖에 없는 듯 시청률에 목을 매고 있다”며 “이제는 좀 자제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는 방송 프로그램을 구성해 달라”고 덧붙였다.
최근 전국적인 트로트 열풍으로 인해 지나친 ‘방송 쏠림’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실제 실시간 시청률 및 편성표 조사 회사 ‘ATAM’에 따르면, 11월 둘째주(9일~15일) 기준 TV조선의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의 재방송 횟수는 252회다. 한 달로 환산하면 1000회를 넘는 재방송 횟수다.
‘채널이엠’, ‘TV조선2’ 등 총 9개 채널에서 하루에 최소 20번, 최대 48번 꼴로 방송된다. 하루에 이 프로그램만 10번 방송하는 채널도 있다. 이미 종영한 ‘미스터트롯’ 또한 비슷하다. 11월 둘째주에만 총 248회의 재방송이 편성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지나친 ‘우려먹기식’ 방송으로 트로트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A씨의 사례처럼 특정 가수들의 쏠림으로 오히려 무명 가수들의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한계도 제기되고 있다. 트로트 콘텐츠, 출연진 등의 ‘다양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