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칼치기 사고'로 시내버스에 타고 있던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사지마비를 당한 것과 관련해 피해자 가족들이 금고 1년 선고는 납득할 수 없다며 가해자 엄벌을 호소하고 있다.
28일 창원지법에 따르면 최근 진주지원 형사1단독 이종기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58)에게 금고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A씨는 작년 12월 16일 진주시 한 도로에서 자신의 렉스턴 SUV 차를 몰다 시내버스 앞으로 갑자기 끼어들어 충돌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이제 막 버스에 탑승해 버스 맨 뒷좌석에 앉으려던 고3 여고생이 자리를 잡기도 전에 앞으로 튕겨 나와 동전함에 부딪혀 사지마비 등 중상해를 당했다.
1심 재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처벌 전력과 보험 가입 여부 등을 참작했다며 금고형을 내렸다.
이 부장판사는 "상해 정도가 매우 커 피해자와 가족들이 겪었거나 앞으로 겪어야 할 고통이 극심하다"며 "피해자의 가족들은 피고인이 책임을 제대로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형사 처벌을 받은 적이 없고 범행을 인정하고 있다"며 "운전한 차량이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됐고 그 밖에 사고 경위와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현행법은 일반 교통사고 치상의 경우 가중까지 포함하면 양형기준이 징역 8개월∼2년이지만 위험운전 교통사고 치상은 2년∼5년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법조계에 따르면 위험운전 교통사고는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황'을 지칭하는 것이어서 이번 경우처럼 단순 끼어들기 사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해자 가족들은 A씨가 재판 내내 사과나 병문안 한번 없이 본인 형량을 낮추기 위한 형사 합의만 요구했는데 낮은 형량이 나왔다며 반발했다.
피해 학생 언니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사과조차 하지 않고 형량만 낮추려는 가해자를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고3 졸업식을 앞두고, 대입 원서도 넣어 보지 못한 동생은 꿈 한번 펼쳐보지 못한 채 기약 없는 병원 생활을 하고 있다"며 "여전히 손가락 하나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며 긴 병원 생활로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까지 겹쳐 신경정신과 약을 먹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가해자는 1년이 되도록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으며 진심 어린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공판이 열린 날에만 만날 수 있으며 그마저도 공판이 끝나면 곧바로 법정을 먼저 빠져나갔다"며 "가해자도 딸을 키우는 부모라던데 자신의 딸이 이렇게 중상해를 입었다면, 이토록 무책임하고 인간의 도리조차 하지 않는 사람에게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고 일갈했다.
그는 "올해 20살이 된 꿈 많은 소녀는 대학생증 대신 중증 장애인 카드를 받게 되었고, 평생 간병인 없이 하루도 살아갈 수 없게 됐다"며 "가해자가 받은 1년이란 실형은 20살 소녀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아픔과 가족들이 겪는 고통에 비하면 너무 가벼운 처벌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검찰과 A씨는 각각 1심 형이 너무 가볍거나 무겁다며 쌍방 항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