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9일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 발표
빈집, 상가, 호텔 등 다 끌어모은 정부식 ‘영끌 전세대책’
빌라 위주 전세주택 공급, 전세난 겪는 수요층과 불일치 지적
수요 지역·공급시기·물량 엇박자 우려…“즉각적인 공급 필요”
전문가들 “매입약정, 아무리 빨리 지어도 시간 필요해”
상가·호텔 등 리모델링 공급…“바닥난방 등 비용 많이 든다”
[헤럴드경제=민상식·양영경·이민경 기자] 수도권의 전세난을 안정시키기 위해 향후 2년간 다세대, 빈 상가, 호텔 등을 활용해 공공임대 11만4100가구를 공급하는 정부식 ‘영끌 전세대책’이 나왔다. 하지만 서울에 공급되는 전세형 주택 물량은 내년 상반기까지 8900가구에 그친다. 시장에서는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공급이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전세난을 겪는 수요층들이 ▷원하는 때 ▷원하는 지역 ▷원하는 조건의 공급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다가구·다세대 물량을 대거 확보해 공급하더라도 수도권의 교통·교육환경이 좋은 곳의 아파트를 선호하는 전월세 수요층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19일 발표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즉각적인 공급을 요구하는 현 시장 상황과 달리 주택 매입이나 리모델링에 적지 않은 시간이 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수요자들이 원하는 위치, 어느 정도의 물량, 속도감 등 3박자가 전세난을 해결하는 관건”이라며 “지금은 정부 계획에 불과하기 때문에 목표치와 실제 공급물량간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세대, 오피스텔 등 건축 중인 주택을 확보하는 ‘매입약정’ 주택의 경우에도 적당한 시기에 공급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정부는 매입약정 주택을 오는 2025년까지 서울 2만가구 등 4만4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착공하는 물량을 통으로 매입약정하더라도 준공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아무리 빨리 지어도 시간이 필요해 공급 속도가 걱정”이라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매입약정 주택 공급 시기에 대해 “지자체의 주택건설사업계획 통합심의를 활성화해 인허가 소요 기간을 9개월에서 5개월 정도로 최대한 단축하고, 매입약정이 체결되면 즉시 사전 입주자 모집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빈 상가와 오피스, 호텔 등 숙박시설 등을 리모델링을 거쳐 주택으로 만든 뒤 공공임대로 공급하는 방안도 향후 비용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숙박시설은 주로 도심 내 위치해 입지가 우수하고, 주거 시설과 유사해 신속한 공급이 가능해 1,2인 가구 전세난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화장실과 바닥 난방, 주방 설치 등에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리모델링시 주차장 증설 면제를 해준다는 것은 주차난을 심화시켜 거주환경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실이 된 물량은 공급 대상을 변경하더라도 수요와 공급의 엇박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신혼부부 등의 주거안정을 위해 다가구·다세대를 활용한 임대 공급을 확충했지만 정작 공실이 적잖이 발생했다. 현재 전국 공공임대 중 3개월 이상 공실인 주택은 3만9100가구에 이른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실이 된 노후 주택 등은 시설개선, 그린 리모델링 등을 통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공실 물량은 사람들이 원하는 입지나 품질이 아니어서 생긴 것”이라면서 “얼마나 수요가 있는지, 어떤 사람들이 어떤 집을 원하는지 모른 채 단순히 공급 물량만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난 가중을 막기 위한 정비사업 이주시기 조정에 대해서도 시장에서는 기존 정비사업 조합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수도권 내 정비 사업을 통해 내년 중 3만8000가구의 이주 수요 발생이 예상된다.
국토부는 재원 조달에 대해선 재정 당국·한국토지주택공사(LH)·입주민 3자간 균형있는 재원 분담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m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