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등 건전성 ‘빨간불’
시중은행 펀드판매 1800억
대규모 손실 탈풀 어려울듯
[헤럴드경제=서정은·박준규 기자] 유럽 은행들의 부실대출이 최대 1800조원에 달할 수 있단 전망이 나왔다. 올해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유럽의 실물경제가 휘청였고 이게 은행 여신의 대량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고개를 든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스트저널(WSJ)는 유럽중앙은행(ECB)을 인용해 유로존 내에서 상환이 어려운 부실 대출이 1조700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했다. 경제 회복 속도가 기대보다 느린 경우를 가정한 시나리오인데, ECB는 “극단적이지만 그럴 듯하다”고 보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국이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이는 은행들 입장에선 ‘시한폭탄’인 셈이다. 지난 2~3월 유럽에서의 코로나 확산의 도화선이었던 이탈리아가 대표적이다.
독일의 신용평가기관인 스코프레이팅스(Scope Ratings)에 따르면 이탈리아 은행들은 기업여신의 25%, 가계여신의 15% 가량에 대해 상환유예를 한 상태다. 관광대국인 이탈리아는 코로나19 충격파가 가장 큰 유럽 국가로 꼽힌다.
디폴트(채무불이행)되는 여신이 한꺼번에 몰린다면, 은행들의 자본건전성이 흔들린다. WSJ는 현재 상황에선 상환불능인 대출이 얼마나 빨리 쌓일지, 정부의 긴급 지원프로그램이 얼마나 완충작용을 할 수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바람 앞 촛불’ 같은 유럽 은행권 상황은 국내 투자자들 입장에선 악몽이다. 은행주를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투자상품의 수익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국내 시중은행이 그간 판매한 유로스톡스뱅크스(Euro Stoxx Banks) 주가연계증권(ELS) 잔액 가운데 1800여억원이 조만간 만기를 앞뒀다. 은행들은 ELS를 사모와 공모 형태로 펀드(ELF), 신탁(ELT) 등으로 팔았다.
현재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률은 55% 안팎으로 알려졌다. 보통 ELS는 손실 구간에 진입(녹인)하는 기준이 기준과 대비 지수가 35~50% 수준으로 떨어졌을 때다.
이들 상품의 기초자산 가격은 가입 당시 기준가과 견줘 반토막이 났다. 2017년 말부터 이듬해 초까지 지수는 130~140 수준이었으나, 2018~2019년 크게 떨어진 지수는 80~90선에 머물렀다. 코로나19가 덮친 올해는 3월 들어 50까지 떨어졌고 최근 들어서 60선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유럽의 코로나19 상황이나 유럽 은행들의 재정 상황 등을 봤을 때 단기간에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