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유지된 과세이연 혜택 사라지고 자회사 의무 지분 보유율도 상향
피라미드식 계열 확장·내부거래 집중…정부, 부작용 판단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2년 후면 기업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사실상 어려워진다. 정부가 20년 동안 유지해온 지주사 유도 정책을 포기하면서 각종 규제를 쏟아낸 때문이다.
12일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2022년부터 과세이연 혜택이 사라진다. 지난 20년간 정부는 지배주주의 지분을 지주사에 현물출자하거나 교환할 때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해 새로 취득한 지주사 주식을 처분할때까지 세금 납부를 연기해 줬다. 지주사 전환을 유도하는 일종의 '당근'이었다. 일례로 이 제도의 첫 혜택을 봤던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최대 250억원의 양도세를 이연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와 양도소득세를 4년 거치, 3년 분할납부해야 한다. 늦어도 7년 안에는 세금을 내야 하는 셈이다. 기존 과세이연 특례를 통해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무기한으로 세금 납부를 미루는 것이 가능했던 것과 비교하면 혜택이 대폭 줄게 된다.
여기에 올해 공정거래법 개정이 되면 지주사 전환 때 드는 비용이 더 커진다. 기존에는 상장 자회사 지분 20%, 비상장사 지분 40%를 보유해야 지주회사로 인정받았다. 개정 법률이 적용되는 2022년부터 신규로 전환한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의 지분 30%, 비상장사 50%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지주회사 옥죄기는 올해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6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주사 체제에서 손자회사에 대한 공동출자를 금지하고, 50억원 이상의 내부거래 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또 대기업집단 현황 공시 대상에 지주회사와 자·손자·증손회사 간 경영컨설팅 및 부동산 임대차 거래 현황 항목을 신설했다.
지주사 체제가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이유 때문이다. 총수일가가 적은 자본으로 계열사를 '피라미드식'으로 늘리고, 배당 외 수익을 늘리기 위해 내부거래에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미국처럼 지주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해 배당 수익만으로도 충분한 수익을 거두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지주사 전환이 마무리됐다는 판단도 있었다. 1999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그간 금지됐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허용된 이후 173개의 지주사가 생겼다. 그 중 대기업은 23개다. LG, CJ, GS 등이 대표적이다. 더 이상 지주사 혜택을 유지하는 게 불필요한 만큼 규제 유예, 세제 혜택을 일반 대기업과 동등하게 맞추겠다는 의도다.
기업들은 더 이상 지주사 전환을 하지 말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내년 초까지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현물 출자까지 6~10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고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지배구조 변화를 앞두고 있는 삼성도 시간상 지주사 전환은 어려울 전망이다. 남은 곳은 오뚜기, 태영건설 등이 꼽힌다.
다만 공정위는 여전히 지주사의 장점이 많다고 반박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도하게 제공된 혜택을 줄였을 뿐 적은 비용으로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고, 세제 혜택이 여전히 있다"며 "가능하면 지주사 전환을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홍대식 서강대 교수는 "앞으로 대기업집단이 많은 자회사를 갖거나 자손에게 회사를 넘기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이때 대기업이 자회사를 원활하게 정리할 수 있게 유연한 M&A 시장을 만드는 등 엑시트 통로를 만들어줘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