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포장재 재질·구조개선 이후, 기업들 친환경 행보↑

유럽·일본서 금지한 스티커 라벨 등 보통등급 개선해야

‘재활용 어려움’ 분담금 할증, 중소기업까지 확대해야

폐페트병 수입국가에서 세계 최고의 재활용 국가로…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윤정희 기자] 일본에서 버려진 폐페트병을 연간 수만톤 국내로 수입한다(본지 2018년 4월 5일자, 2019년 2월 14일자 ‘[단독]쓰레기 대란에도…일본 폐페트병 수입 4배 급증’ 기사 참조)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촉발된 ‘페트병 재활용 논란’이 세계 최고의 재활용 국가로 가는 길을 열고 있다.

21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포장재 재질·구조개선 등에 관한 기준’과 관련 등급을 평가받은 기업은 6000여개, 2만7000여건. 평가 결과 ‘최우수’ 또는 ‘우수’는 48%, ‘보통’은 20%, ‘어려움’은 32%였다.

포장재 등급 개정으로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인 부문은 생수·음료류를 담는 페트병이다. 페트병 출고량 기준으로도 재활용 최우수·우수 등급이 두배 가까이 늘었고, 재활용 어려움 등급은 40%가 감소했다. 환경부가 지난해 개정한 포장재 등급 기준으로 국내 생수·음료류 생산 기업들의 친환경 등급이 일제히 한단계 상향된 결과로 이어졌다.

이같은 결과는 환경부의 강력한 의지가 업계를 선도적으로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어려움’ 등급을 받은 포장재는 내년 3월 24일까지 포장재에 ‘재활용 어려움’이라고 표기해야 한다. 소비자가 선택하기 쉽게 모든 등급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시기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기업과 제품 이미지 훼손을 우려한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높은 등급의 친환경 포장재 사용에 동참하는 기폭제가 된 셈.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면도 발견된다. 보통 등급으로 분류된 스티커나 IMl 라벨의 경우 풍력선별이 어려워 일본과 유럽에서는 20년 전부터 사용을 금지, 제한해 온 방식이지만, 환경부는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어려움’이 아닌 ‘보통’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몇몇 대기업들이 보통 등급을 친환경 이미지 포장에 악용하려는 불순한 조짐도 보이고 있다. 친환경 기업을 주장하면서 등급을 밝히지 않는 기업홍보를 의심해 봐야하는 이유다.

또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분담금을 차등화해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한 것도 주효했다. 2021년부터 환경부는 ‘재활용 어려움’ 등급 분담금을 20% 할증할 계획이며, 재활용 최우수 등급은 분담금 단가의 50%를 인센티브로 지급할 방침이다.

환경부가 최우수등급과 어려움등급에 EPR 분담금을 차등 적용하는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의 프라스틱 재활용 국가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투영된 것이다. 환경을 위해 기업들이 환경부 정책을 잘 이해하고 실천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몇가지 방식의 최우수 등급 페트병은 소비자 라벨 분리가 가장 쉬울 뿐만 아니라 라벨을 제거하지 않고 버려도 되는 세계에서 가장 재활용이 쉬운 페트병이다. 현재 개발된 페트병 중 옷을 만드는 섬유나 식품용기로의 재활용이 가장 쉬운 페트병에 주어지는 등급이다.

재활용시 사용되는 가성소다는 옷을 만드는 장섬유나 식품 용기로의 재활용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가성소다 사용량을 줄이고 끓이는 물의 온도를 낮추는 것이 재활용 업계의 경쟁력을 키우는 최선의 방법이다. 최우수 등급 페트병이 가성소다 사용으로 인한 2차 환경 오염도 줄이고 제 값을 받고 해외로 폐페트병을 수출하는 길도 열게될 것이다.

최우수 등급 페트병이 ‘환경과 경제’ 두가지 모두 해결할 답을 가지고 있다. 스파클, 인천시 미추훌참물, 서울아리수, 대선주조, 제주소주 등 161건의 최우수 등급을 생산하는 업체들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우리 환경도 개선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또한 연간 5톤(500ml 생수병 기준 30만 개) 미만 생산업체의 경우, 분담금 할증 대상에서 제외된 점도 우려된다. 국내 재활용 업계에선 해당 중소업체 수천곳까지 포함하면 ‘재활용 어려움’ 비중은 훨씬 늘어날 거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활용 어려움’ 등급, 분담금 20% 할증을 중소기업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점차 제도가 정착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등 보완책 마련에 나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