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상시화가 공유의 변화 앞당겨
방식은 콘도미니엄처럼 ‘타임 프레임’
“한자리서 수십년?…사옥 짓지 않을 것”
“공유공간은 코로나19 팬데믹 하에서 피해야 할 순번 1위입니다. 커뮤니티 안에 누구 하나 감염자가 발생하면, 공용주방, 공용거실은 못 쓰고 쪽방 같은 개인공간에만 2주 이상을 있어야 하는 거죠.”
오는 10월22일 헤럴드디자인포럼에 연사로 나서는 김찬중 건축가(더시스템랩 대표)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시대 건축과 공간의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 “공용공간의 개념은 프라이빗하게, 한시적으로 독점(Exclusive)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여러사람이 함께 쓰는 방식의 공유가 아니라, 시간을 정해두고 나눠 쓰는 개념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이를 ‘콘도미니엄 방식’이라고 요약했다. “예를들어 콘도미니엄 구좌 하나에 12명이 붙어있는데, 이 사람들이 1년을 서로 예약을 피해서 나눠 씁니다. 월·화는 완전 내 공간, 근데 수·목부턴 다른 사람이 쓰는, 이런 타임 프레임으로 가는 것입니다. 이 개념을 도심의 오피스와 주거에서 어떻게 구현할까를 고민중입니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상황이 이런 실험을 더욱 앞당겨 재촉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재택근무 만족도가 70%가 넘게 나오자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직원이 500명이라고, 500명에 준하는 공간을 꼭 갖지 않아도 운영이 된다는 걸 인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단 그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A회사는 월·화에 직원들을 출근시키고 나머지 요일은 재택, B회사는 반대로 수·목·금만 출근이다. 이 두 회사가 오피스 하나를 함께 임대해 각각 5분의 2, 5분의 3씩 기본부담하고 여기에 플러스 알파를 보태면, 임대인 입장에선 110%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다. 임차인인 두 회사도 혼자일 때에 비해 30~40% 가량 저렴하게 자기 오피스를 갖는다. 모두가 윈-윈하는 방식이라 어렵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주거 영역에선 1인 가구에 대한 개념이 가장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업계는 사람 한 명이 살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이고 콤팩트한 사이즈가 무엇이냐만 주로 이야기했다”면서 “이번에 코로나19로 집에 갇혀서 몇 주를 보내니 이렇게 가면 감옥이란걸 느꼈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는 1인 주거는 ‘최소의 공간’이 아니라 1인이라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고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저희 회사도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 사업도 맡고 있는데 ‘(면적이)좀 더 커야 되는거 아닌가’, ‘크면 가격이 비싸질텐데’, ‘비싸지면 젊은 사람들이 못살텐데’, 이런 문제를 풀고자 하는 중입니다.”
그는 “건축가는 다른 산업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계속 벤치마킹해야 앞으로 일어날 새로운 건축의 형식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환경 이슈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그는 “앞으로 10년이라는 것은, 그 전의 10년과 같은 프레임이 아닌, 몇 곱절은 더 급진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며 “지구 환경에 대한 경각심은 더 심각해질 것이고, 환경과 지속가능성은 건축에서도 본질적인 가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김 대표가 맡았던 프로젝트들에서는 도심에 숨통을 불어넣는 작업이 강조돼왔다. 루프탑이 가장 대표적이다. “도시가 공지(空地) 없이 고밀도로 가야 한다면 루프탑이 대안입니다. 땅에서 마련할 수 없는 공지를 위로 올려, 역설적으로 사람이 땅과 가깝게 만들어줍니다. 루프탑이 건물 옥상이란 느낌보다는 연장된 대지로 풀려는 거죠.”
친환경적인 건축이란 ‘가능한 덜 짓는 것’이라는 역설적 건축철학을 갖고 있는 그는 “우리가 움직이는 매 순간이 공해”라며, “재택근무는 팬데믹 뿐만 아니라 환경이슈하고도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그가 대표로 있는 더시스템랩은 사옥을 짓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인원이 계속 늘어갈텐데, 그렇다고 사옥의 개념은 절대 안 택할 겁니다. 디자인하는 사람들이 얽매여서 30년동안 그 자리에 있으면 자랑이 아닙니다. 그런 건 장인들이 하는 거고요, 변화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그것을 실천으로 옮겨야 하는 사람들은 몸이 가벼워야 합니다.” 이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