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점심 무렵 어업지도 공무원 A씨 선상에서 실종

수색 끝에 A씨 신발 발견한 선원들, 해경에 실종신고

기상조건 좋았는데 A씨 실종? 군 첩보 공개도 이례적

실종 A씨, 북한 해역까지 어떻게 갔는지도 의문 커져

[김수한의 리썰웨펀] 목포 어업지도원, 연평도서 실종 3가지 미스터리
연평도 인근 해상 전경.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군 당국이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어업지도공무원 A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정황이 포착됐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군 내부에서는 정경두 전 장관 재임 시절 '삼척 북한어선 대기귀순' '서해 태안 중국인 밀입국' 등 끊이지 않았던 경계 실패 논란이 또 한 번 불거지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정 장관 뒤를 이어 서욱 전 육군참모총장이 지난 18일 국방부 장관에 취임한 지 불과 1주일도 안 돼 또 한 번 '경계 실패'라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경우 그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오후 1시30분 국방부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실종된 어업지도공무원 A(47)씨는 목포 소재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8급 공무원(해양수산서기)으로, 21일 낮 12시51분 선원들의 실종 신고 당시 어업지도선을 타고 어업지도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어업지도선이 소연평도 남방 1.2마일(약 2㎞) 해상에 있을 당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선원 1명이 실종됐다. 실종 사실은 21일 오전 11시30분께 점심시간을 앞두고 A씨가 보이지 않자 동승한 선원들이 처음 인지했다. 이들은 어업지도선과 인근 해상을 수색했고, 어업지도선에서 A씨의 신발이 발견됐다. A씨를 찾지 못한 선원들은 결국 A씨 실종 사실을 해양경찰에 신고했다.

신고가 접수되자 이날 오후 1시50분부터 해양경찰과 해군 함정, 해양수산부 선박, 항공기 등 20여대의 구조 전력이 집중적으로 투입돼 수색을 실시했다. 그러나 아직 실종자를 찾지 못한 상태다.

국방부는 "관계 당국이 A씨의 실종 경위, 경로 조사와 함께 북한 측에 관련 사실을 확인하는 등 필요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실종 사건에는 상식적으로 이해되기 어려운 상황이 여럿 겹쳐 의혹이 커지고 있다.

첫째, 실종 당일 기상 상황은 좋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좋은 기상 조건에서 선박에 타고 있던 A씨가 실종된 정황이 불분명한 상태다. 요즘 꽃게 성어기를 맞아 연평도 인근 해상에는 어선은 물론 해군과 해경 함정 등이 총출동한 상태였다고 한다.

둘째, 군 당국이 'A씨가 북한에서 발견된 정황을 보여주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힌 것 또한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군이 특정 사안에 대한 첩보 입수 사실을 발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군이 관련 내용을 비록 '첩보'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공식 발표할 정도면 이미 'A씨가 북한에 있다'는 팩트는 확인된 거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또한 군은 '북측에 관련 사실을 확인해 필요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첩보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북한 측 확인 절차만 남았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군은 첩보 취득 경위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고, A씨의 생사 여부 파악에 2~3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셋째, A씨가 월북했느냐, 납치됐느냐의 판단 또한 모호한 상태다.

A씨가 어업지도선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바다에 빠졌다가 북측 선박에 의해 납치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본인 의지와는 무관하게 실족해 바다에 빠졌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우연한 사고로 바다에 빠졌다가 북한 해역까지 무사히 이동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A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첩보가 사실이면 어느 지역까지는 본인 스스로 직접 이동해야만 실현 가능한 스토리다. 이에 따라 본인의 '의지'가 작용했을 가능성 또한 검토 필요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