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칼럼] ‘한국형 뉴딜’ 필요한 이유

정부는 지난 6월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한국판 뉴딜은 ‘그린 뉴딜(Green New Deal)’과 ‘디지털 뉴딜(Digital New Deal)’을 두 개 축으로 하는 종합계획이다. 디지털 뉴딜이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생태계 강화, 비대면 산업 육성 등을 추진한다면, 그린 뉴딜은 도시·공간·생활 인프라의 녹색 전환,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등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그린 뉴딜 핵심내용은 농업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기에 농업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린 뉴딜이라는 용어가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으나, 이미 여러 나라에서 ‘그린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린딜을 가장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는 곳은 유럽연합(EU)으로, EU 그린딜의 핵심은 ‘생물다양성’과 ‘팜투포크(from farm to fork)’ 전략이다. ‘생물다양성’ 전략은 생물다양성이 인류생존에 필수요소라는 대전제하에 유럽지역 토양 및 해양의 최소 30%를 생물다양성 보호구역으로 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U는 이를 위해 매년 200억유로의 생물다양성 예산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팜투포크’ 전략은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품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를 위해 2030년까지 화학살충제 사용 50% 감축, 비료 사용 20% 감축, 축산 및 수산양식용 항생제 판매 50% 감축, 전체 농경지 대비 유기농업 면적 25%까지 확대, 1인당 음식물 쓰레기 절반 감축 등 구체적인 과제도 제시하고 있다. EU는 2050년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위해 2030년까지 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를 발표하기도 했다. EU 집행위는 식품, 바이오경제, 천연자원, 농업과 수산업 및 환경 분야 연구혁신 프로젝트에 100억유로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EU는 그린딜을 통해 생태계 보호와 환경오염 완화, 그리고 이를 토대로 유럽지역 농업과 식품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높여 경쟁력을 확보하고 농가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려 하고 있다. 환경문제에 대한 대응이 늦어질수록 사회적·경제적 부담은 점점 더 늘어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우리나라도 한국형 그린 뉴딜에 우리 농업과 먹거리 현안을 담아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높여야 할 때다.

정부 차원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자연생태계 보존을 위해 탄소배출량 감축, 친환경농업 확대 등에 대한 장단기 목표와 계획을 수립하고, 재원마련 등 구체적 실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주거·의료 등 농촌의 낙후된 환경을 개선하고 농업·농촌 중심의 녹색 일자리 창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OECD 최하위 수준인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 제고방안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기본법에 명시된 5년 단위 식량자급률 제고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수단과 실천이 시급하다.

1930년대 실시된 뉴딜정책이 지금까지 ‘혁신’으로 평가받는 것은 단지 뉴딜이 거둔 경제적 성공 때문만은 아니다. 시장만능주의, 작은 정부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깨고 정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제학자들은 1930년대 대공황을 넘어서는 경제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으며, 각국 정부는 이 암울한 전망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린 뉴딜 정책이 식량자급률 제고, 환경친화적 농업, 기후친화적 농촌 등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향한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농업계 전반의 관심과 결단이 필요하다.

이병호 aT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