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이사회서 배터리 분사 확정
물적분할 상장…투자 실탄 확보
“기업가치·주주가치 상승 기대”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문의 분사를 결정하고 12월 자회사를 출범시킨다. 물적분할으로 독립된 자회사 경영을 통해 LG화학은 2차전지 배터리 시장의 글로벌 1위 지위를 확고히 하게 됐다. 산업계에서는 향후 LG화학의 배터리 독립 법인의 가치를 최대 50조원으로 전망한다. 내달 최종 판결 예정인 SK이노베이션과의 특허소송의 합의 또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17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긴급이사회를 열고 전지사업 부문 분할 안건을 상정하고 통과시켰다.
LG화학 관계자는 “회사 분할에 따라 전문 사업 분야에 집중할 수 있고 경영 효율성도 증대돼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분할 방식은 LG화학에서 전지사업 부문을 떼어내 LG화학의 100% 자회사로 삼는 물적분할 방식이다. LG화학의 전지사업본부는 자동차전지, 소형전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생산하고 있다.
LG화학의 분사 결정은 배터리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기 위한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LG화학은 분사 이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투자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증권가에서는 상장시 신주를 발행하면 10조원 이상의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LG화학은 석유화학 사업이 벌어들인 돈으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투자해온 바 있다. 그러나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배터리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추가 설비 및 연구개발(R&D) 투자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분할할 경우 경쟁사와 직접적인 가치 비교를 통한 전사적인 가치 상승이 가능하다”며 “또 IPO에 따른 대규모 자금 조달로 재무구조를 안정화 해 경쟁사 대비 투자 여력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분사 결정은 배터리 사업이 지난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전지사업의 2018년 매출 비중은 24.4%였으나 올 상반기는 37.2%로 뛰었다. 중추인 석유화학(51.3%)과 함께 실적을 떠받들고 있다. 또한 지난 5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에 등극했다.
여기에 배터리 주문이 폭주한 것도 전지사업의 ‘홀로서기’에 힘을 실었다. LG화학은 GM, 포드, 아우디, 다임러, 르노, 볼보, 현대·기아차, 상하이차 등 다수의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를 확보한 상태다. 수주잔액만 150조원에 이른다.
LG화학은 순수 전기차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는 미국, 중국, 유럽 3개 지역에 생산거점을 구축한 전세계에서 유일한 업체로,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분사를 계기로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 벌이는 영업침해 소송 관련 합의가 새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업계에서는 LG화학이 합의금을 1조원 초반으로 낮췄다는 설도 제기됐으나 LG화학 측은 “배터리 사업부 분사와 SK측과의 소송은 관련이 없다”며 “보상 합의금이 낮아졌다는 얘기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천예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