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中企 초과 유보소득에 14% 과세 신설

투자, 고용 안한 대기업에 매기는 투자촉진세도 강화

초대기업이 부담하는 법인세 최고세율은 이미 27.5%까지 인상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문재인 정부가 기업 규모별로 추가적으로 법인세를 부과하는 '법인세+α' 3종 세트를 완성했다.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유보소득에 추가 과세를 하고, 초(超)대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16일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31일 국회에 제출한 세법개정안을 보면 내년부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초과 유보소득 배당간주' 과세가 신설된다.

오너 일가 지분율이 80%를 넘는 회사가 '초과 유보소득'을 갖고 있을 경우 이를 배당한 것으로 보고 미리 배당소득세 14%를 걷을 예정이다. 당기순이익의 50% 또는 전체 자본의 10%가 넘는 액수를 초과 유보소득으로 본다.

비상장이면서 가족회사가 과세 대상이다보니 중소기업이 주요 타깃층이 된다. 이러한 요건을 갖춘 중소기업은 전체의 9%에 달할 것으로 중소기업중앙회는 파악하고 있다.

만약 올해 1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A사가 30억원을 배당하고 70억원이 남았다면 ‘적정 유보소득(순이익의 50%인 50억원)’을 초과한 20억원은 주주에 배당한 것으로 간주돼 2억80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대기업을 상대로 한 유보소득 과세도 강화된다. 내년부터 당기 소득의 70%까지 투자, 고용 확대, 상생협력에 쓰지 않으면 투자·상생협력촉진세 20%를 내야 한다. 기존에는 소득의 65%만 쓰면 됐지만 이 기준을 5%포인트 올렸다.

올해 100억원을 벌어들인 A사가 투자, 고용 확대 등에 쓴 금액이 30억원이라면 의무 환류액(소득의 70%인 70억원)에 못미친 40억원의 20%인 8억원을 추가 법인세로 내야 한다.

투자촉진세의 과세 대상은 대기업이다. 구체적으로는 자기자본이 500억원을 넘거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총액 10조원 이상) 소속 기업이다. 지난해 투자촉진세를 낸 기업은 969개다.

이미 문 정부는 지난 2018년 기업소득환류세를 투자촉진세로 개편하며 세율을 10%에서 20%로 높인 바 있다.

초대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도 문 정부의 작품이다. 문 정부는 2018년 3000억원 초과 구간의 과세표준을 신설, 법인세 최고세율을 24.5%에서 27.5%(지방세 포함)로 올렸다.

여기에 투자촉진세를 포함하면 법인세 최고세율은 30.5%까지 오르게 된다고 한국개발연구원(KDI)는 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36개국 중 프랑스(32.0%), 포르투갈(31.5%)에 이어 세번째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무분별하게 늘린 복지에 필요한 돈을 거두기 위해 기업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증세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사내유보금 과세는 과세구조가 복잡한데다 명목 법인세율을 건들이지 않아 손쉬운 증세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기업 옥죄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업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증세하는 모습"이라며 "특히 유보금 과세는 투자 비효율만 이끌어내고 정책 효과도 달성하지 못하는 만큼 사라져야 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녕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도울 수 있는 세제 인센티브는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우리나라 법인세 수준은 국제 추세를 역행하는 측면이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금같이 경기가 어려울 때일수록 세율을 낮춘다면 기업과 세수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초과 유보소득 배당간주란?〉

유보소득은 기업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에서 주주 배당금을 빼고 사내에 남겨둔 금액을 말한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부터 오너 일가 지분율이 80%를 넘는 회사가 '초과 유보소득'을 갖고 있을 경우 이를 배당한 것으로 보고 미리 배당소득세 14%를 걷을 예정이다. 당기순이익의 50% 또는 전체 자본의 10%가 넘는 액수를 초과 유보소득으로 본다.

기재부가 의도한 유보소득 과세 대상은 탈세를 목적으로 법인을 세운 경우다. 이들은 돈을 법인에 보관하는 방식으로 조세회피를 해왔다. 부동산을 쓸어 담고 있는 '가족 법인'이 대표적이다. 법인세 최고세율(10~25%)이 소득세(6~45%)보다 훨씬 낮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건설사와 같은 업종이나 건실한 중소기업이 과세 범위에 포함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건설업은 특성상 지분 투자 유치가 어렵기 때문에 가족 기업이 많다. 또 아파트를 짓는데 3~5년씩 걸리기 때문에 많은 돈을 보유하고 있다. 건설협회는 8000여개에 달하는 중소·중견 건설사가 유보소득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정상적인 유보소득과 탈세 목적의 유보소득을 명확히 구분하는 일은 불가능한데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지적도 있다. 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과세 대상을 정하는 문제도 있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정부가 국회를 거치지 않고 과세 대상을 넓힐 수 있다.

〈투자·상생협력촉진세란?〉

기업들이 일정 금액을 투자, 임금 증가, 상생협력으로 쓰지 않은 금액(미환류 소득)에 대해 법인세 20%를 추가 과세하는 제도다.

당기 소득의 70%까지 투자, 고용 확대, 상생협력에 쓰지 않으면 투자·상생협력촉진세 20%를 내야 한다. 기존에는 소득의 65%만 쓰면 됐지만 내년부턴 이 기준이 5%포인트 올라간다.

과세 대상은 대기업이다. 구체적으로는 자기자본이 500억원을 넘거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총액 10조원 이상) 소속 기업이다. 지난해 투자촉진세를 낸 기업은 969개다.

대기업의 유보금을 사내에 쌓아두지 않고 쓰게 해 경제활성화를 촉진시키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2015년 기업소득환류세제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됐다. 2018년에는 이를 투자·상생협력 촉진세로 개편하면서 배당 대신 상생지원을 요건으로 포함시켰고, 세율을 10%에서 20%로 높였다.

일반적으로 조세특례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소득·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부여한다. 반면 투자·상생협력촉진세는 반대로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추가로 법인세를 과세한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매기는 유례없는 제도다. 다른 나라에는 없고 우리나라에만 있다. 실질적인 법인세 부담을 높이는 요소다.

재계는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증가하고 있으나 현금성자산의 비중이 크지 않아 사내유보금을 투자 및 가계소득으로 환류시킬 여력이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기업이익의 사용처를 정하는 것은 개별 기업의 경영적 판단에 맡기는 것이 효율적이며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관여일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