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이제 재정부양책만 남았다. 미국 뉴욕 증시 이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소식에 일시적으로 소폭 상승했다가 장 막판 계속되는 매도우위에 밀려 다우지수를 제외한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하락마감했다. 금융권에서는 실물경기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재정부양책이 나오지 않으면 증시 혼조세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일정기간 물가 2%를 유지하고, 노동시장이 FOMC의 최대고용평가와 부합하는 수준에 이를 때까지 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를 0.00~0.25%로 동결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이후 기자회견에서 "(경기회복이 이뤄지려면) 지원 없이는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며 "어려운 시기를 지나도록 더 많은 재정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통화정책만으로는 경기를 부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준 총재를 비롯한 다른 연준위원들은 실물경제지표가 개선되고 미 증시가 안정적인 상승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재정부양책이 필요하다고 피력해왔다.
문제는 백악관과 의회의 협상전이다.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CNBC에 출연해 백악관은 양당 온건파 그룹 하원의원 50명이 마련한 1조 5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재정부양책 절충안에 열려있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더 큰 규모를 원한다"며 "동의하지 않는 공화당 의원들도 있겠지만 설득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은 "실제 법이 될 만한 부양책을 상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절충안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민주당 온건파인 '새 민주협력체(New Democratic Coalition)'는 기존 민주당의 2조 2000억 달러 부양안이라도 먼저 상정하자고 설득하고 있지만, 펠로시 의장은 이날도 백악관에서 먼저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가 재정부양책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짐에 따라 미 증시는 당분간 혼조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여기에 대형 투자자들인 연기금 등이 분기조정(리밸런싱)에 나서면서 미 증시에서 최대 2000억 달러 가량의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JP모건은 이날 보고서에서 연기금과 국부펀드 등이 올 하반기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나서면서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미국 핵심 소매판매(자동차, 휘발유, 건축자재, 음식서비스 제외) 규모는 지난달과 비교해 0.1% 줄었다. 지난 4월 이후 첫 감소세다. 미국 사회의 소비흐름을 시사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이날 미국의 대형기술주인 FAAM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은 모두 전 거래일 대비 1.79~3.27%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1.07% 떨어졌다.
미 국채 장기물 수익률은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도중 상승반전했다. 양적완화(QE)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한 실망감이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FRB는 당분간 미 국채와 모기지담보증권(MBS)를 현재 속도로 계속 매입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도 매입규모 확대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