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21.1% 폭락…하루 낙폭 역대 최대
폭락에도 ‘서학개미’ 매수 몰려, ‘거품’ 경계론도
경쟁사 니콜라는 GM의 지분 취득에 급등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세계에서 가장 핫한 주식'으로 불리던 테슬라 주가가 연일 추락하고 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도 조 단위로 사들이 주식이어서 향후 주가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액면분할과 유상증자 발표 등 주가에 영향을 주는 대형 이벤트가 잇따르며 주가가 요동친 가운데 일각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주식'이라며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 15억6424만달러(1조859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순매수액은 7월에 7억6149만달러(9052억원)로 정점을 찍고, 8월(3억1398만달러)에 잠시 주춤했으나, 이달 들어 4억8905만달러(5813억원)를 기록하며 다시 증가세다.
앞서 테슬라는 주식 1주를 5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결정해, 지난달 31일부터 조정 가격에 거래를 개시했다. 이에 액면분할 전 높은 가격에 부담을 느껴 투자를 망설이던 국내 투자자들도 액면분할 후 대거 테슬라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액면분할 첫날 테슬라는 12.6% 올라 마감했다.
하지만 이달 1일(현지시간) 최대 50억달러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며 주가는 4.67% 하락했다. 이어 2일에는 테슬라 2대 주주의 보유 지분율 하락 소식에 내림세를 이어갔다. 4일에는 소폭 반등에 성공했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편입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시간외 거래에서 400달러 선이 무너졌다.
이어 주말과 노동절 휴일을 보내고 열린 8일 장에서 테슬라는 21.1% 폭락한 330.2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하루 낙폭으로는 역대 최대다. 반면 경쟁업체 니콜라는 제너럴모터스(GM)의 지분 취득 소식에 40.79% 급등한 50.0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연일 테슬라 주가가 폭락하며 ‘저가매수’ 기회를 노린 투자자들이 지속 유입되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테슬라 ‘거품론’을 지적하며 경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데이비드 트레이너 뉴컨스트럭츠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테슬라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현재 주가와 가치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서 “주당 500달러가 아닌 50달러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테슬라의 주가 폭등은 사상 최대 거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카드로 만든 집처럼 곧 무너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에서도 경계론이 나오고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기업과 경기 펀더멘털 등을 신경쓰지 않고 자산을 매수하는 ‘더 위대한 바보 이론(Greater fool game)’에 기반해 더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경향이 높아졌었다”며 “그러나 최근 미국 증시 급락으로 일부 투자자들이 펀더멘털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차익 매물 출회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돼 신규 투자 판단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