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은평구도 고가 기준 9억원 턱밑까지 올라
수도권 신축은 한 달 새 2억원 상승
전문가, 가을 성수기까지 하락 쉽지 않아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시장의 ‘조정 신호’를 언급했지만 시장참여자들의 생각은 사뭇 다른 것 같다. 정부가 ‘정책 효과’를 자신한 지난 8월 말에도 서울 및 수도권 매매계약서 가운데서 신고가를 쓴 계약이 속출했다. 시장전문가들은 거래가 줄었지만 통상 9월부터 가을 성수기가 시작되는 것을 감안하면 하락 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외곽 중저가 밀집지역도 9억원 ‘키 맞추기’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중저가 단지 밀집지역인 서울 외곽에선 고가 주택 기준 가격인 9억원까지 매매 가격이 뛰었다. 거주 요건이 좋은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서울 강북구의 ‘SK북한산시티’ 11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28일 8억5500만원에 팔렸다. 한 달 전 7억5000만원 매매 가격에서 1억원 오른 값이다.
은평구 ‘백련산 힐스테이트’도 8월 20일 8억4500만원에 계약서를 쓰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한 달 전 매매가는 8억원으로, 이 같은 속도라면 9~10월 성수기 고가 기준선인 9억원 거래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성북구에서도 ‘래미안길음센터피스’ 84㎡가 15일 14억700만원에 팔리며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금지선인 15억원 턱밑까지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은 8월 넷째 주 매매 가격이 0.01% 오르며 보합 수준에 접어들었는데, 지역별·단지별로 거래 내용을 살펴보면 안정적인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 쉽지 않다. 매물이 많지 않고, 매수 희망자도 혹시 떨어지지 않을까 ‘눈치 보기’를 하는 분위기여서 시장이 정부 기대대로 조정장세로 변화할지 미지수다.
광명· 광교 등 수도권 신축은 한 달 새 2억원 올라
수도권에서도 역세권 대장주 오름세는 아직도 가파르다. 경기도 광명에선 ‘광명역써밋플레이스’ 84㎡가 지난달 22일 13억원에 팔렸다. 역대 최고가일 뿐 아니라 7월 초 거래가였던 11억원보다 2억원이나 몸값을 올렸다.
강남 접근이 용이한 수원 광교신도시에선 이보다 앞선 8월 중순(15일) ‘힐스테이트광교’ 97㎡가 17억3000만원에 팔렸다. 불과 20여일 전인 7월 24일 15억3000만원에서 2억원이나 가격이 오른 것이다.
비조정지역인 김포에선 운양동 ‘김포한강이랜드타운힐스’ 84㎡가 8월 29일 7억350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7억원대 거래는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하락 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위원은 “시장에 거래가 줄고 매수세가 관망으로 돌아선 것은 맞지만 9~10월 이사철 신규 수요가 있어 하락 전환보다는 상승세가 둔화되거나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세물량이 워낙 부족해 전세를 계획했던 수요 중 일부가 서울 외곽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곳의 매수 수요로 돌아서면서 일부 지역에서 신고가를 새로 쓰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각종 규제로 매각 퇴로를 차단하면서 ‘매물 잠김’에 따른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 교수는 “시장에 매물이 쏟아져야 가격이 하락하는데, 각종 규제로 팔 수 없게 하다 보니 거꾸로 매수 우위가 아닌 매도 우위 시장으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부동산의 상대적 희소성과 유동성 등 가격 상승 조건이 맞아떨어져 상승 흐름이 꺾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