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소득세 중소·중견건설사부터 대형사까지 상당수 적용 대상
주건협도 적극 건의 나서 “서민 주택공급에도 차질 우려”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주택사업은 연속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금을) 더 쌓아두고 땅값 상승이나 하자충당금 등 각종 변수에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 이걸 세금으로 간주해 버리면 결국 사업 의지 자체가 크게 꺾일 수밖에 없다.” (A중견 건설사 대표)
“작은 건설사를 운영하는 분들 얘기를 들어보니 이번 과세 대상에 포함됐다는 것도 모르는 경우가 더 많았다. 유보소득 과세가 보완책 없이 무리하게 추진됐다가는 현장에서 더 큰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 (주택업계 고위 관계자)
정부와 국회가 기업 유보소득에 대한 과세를 추진하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업 특성상 대규모 유보금 적립이 불가피한 주택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불황과 각종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자칫 업계의 근간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정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유보소득세가 예외 조항 없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중견·중소건설사부터 상당수 대형 건설사까지 과세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보소득은 기업이 일정 기간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에서 주주 배당금을 빼고 사내에 남겨둔 금액을 말한다. 기획재정부는 ‘2020년 세법 개정안’에서 최대 주주 및 가족 등 특수관계자가 8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법인(개인 유사 법인)의 적정 유보소득 기준보다 많은 ‘초과 유보소득’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안을 포함했다.
이와 관련 중견건설사의 한 임원은 “일반적으로 주택건설 사업은 자금 변동성이 워낙 커서 창업이나 경영 과정에서 지분 투자자 유치가 쉽지 않다”면서 “이런 특성 때문에 전국 대부분 사업자는 가족 기업을 중심으로 경영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비상장 대형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우미건설과 대방건설 등은 오너 일가 지분율이 100%에 육박한다.
기재부는 개별 재무제표 기준으로 ‘당기순이익의 50%’ 또는 ‘자본금과 이익잉여금·자본잉여금을 합한 자기자본의 10%’ 중 큰 금액을 적정 유보소득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1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중소건설사가 10억원을 배당하고 90억원이 남았다면 ‘적정 유보소득(당기순이익의 50%인 50억원)’을 초과한 40억원에 대해서는 6억1600만원의 소득세가 부과된다. 당기순이익이 1000억원이 넘는 중견 건설사들의 경우 법인세 등 각종 과세에 유보소득세만 추가로 100억원 가량 더 내야하는 셈이다.
최근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당수 건설사들은 이에 대비해 배당을 줄이고 사내 유보금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업계에서는 유보소득세가 현실화 할 경우 기업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오너 일가 배당을 늘리고 신규 사업 등에 대한 투자를 대폭 줄일 것으로 전망한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정작 돈을 써야 할 시기에 현금이 부족해 다른데서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보소득 과세의 구체적인 적용 대상은 올해 말 발표되는 세법개정안 시행령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대한주택건설협회(이하 주건협)는 전날 국회와 관계 부처에 이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주건협은 전국에 7700여개 회원사를 보유한 전국 최대의 주택건설 분야 협회다.
주건협 측은 “대부분 중소기업인 회원업체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경영에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설상가상으로 유보소득세가 세금폭탄으로 부과될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이에 따라 향후 정상적인 서민 주택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주택건설사업에 대해서는 유보금 발생 후 5년간 과세를 유예하는 안을 비롯해 ▷토지자산 ▷준공후미분양 자산 ▷임대주택 특별수선충당금 적립금 ▷공동주택 하자담보책임 충당금(분양대금의 2% 이내)에 대해서도 유보소득 공제항목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