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름세…예금 실질가치 하락
저축성 수신금리 두달째 역대 최저
한은, 내년 물가상승률 1.0% 전망
금리인하 없어도 ‘마이너스’ 가능성
은행 예금금리가 0%대로 내려와 매월 역대 최저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장기간 저조했던 물가는 서서히 회복되는 모습이다.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실질금리의 마이너스 시대가 임박했단 관측이 나온다. 물가를 감안할 때 은행에 현금을 넣어두면 실질가치가 더 떨어진다는 뜻이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0.7%(0.66%) 올랐다. 지난 3월(1.0%) 이후 5개월래 최대 상승폭이다. 장마와 집중호우로 채소 가격이 크게 오른 일시 요인의 영향을 받았지만 오름폭은 시장의 예상을 웃돌았다. 이로써 7월 기준 은행 저축성 예금 수신금리(0.82%·신규취급액 기준)와의 격차가 0.16%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인플레이션율을 차감해 계산하는데, 실질금리가 거의 제로에 가까워졌단 얘기다.
저축성 수신금리는 지난 6월부터 두 달째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데, 만일 8월에 전달보다 0.16%포인트 떨어진다면 실질금리는 0이 되고, 이보다 더 하락할 경우 마이너스로 전환된단 계산이 나온다.
미국은 이미 실질금리 마이너스에 진입해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는 0~0.25%이고, 10년 국채 금리도 0.6%대의 플러스 영역이지만, 물가를 반영한 물가연동국채(TIPS·10년) 금리는 -1% 선을 뚫고 내려간 상태다.
연준이 최근 도입 발표한 평균물가목표제도 일정 기간 어느 정도의 물가 상승을 용인, 마이너스 실질 금리를 유지시켜 부채 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포석이 숨어있단 관측이 나온다.
최근 국내 채권 시장에서도 장기물 국채를 중심으로 금리의 가파른 상승이 나타났다. 국채 선물의 외국인 매도 영향을 받았지만, 향후 인플레이션 상승 전망도 요인으로 작용했단 분석이다.
물가가 일시적 상승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여현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 국제유가 상승 등 공급 측 요인에 의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원가를 상승시켜 수요 측 압력으로 일부 전이되기도 한다”며 “하지만 이번의 농산물은 대부분 최종재 형태로 소비되기 때문에 유의미한 2차 효과를 발생시키지 않아 향후 물가 경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기저효과 완화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안정될 10월부턴 물가 상승률이 다시 낮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경제전망에서 올해중 소비자물가는 수요측 물가압력이 약화된 가운데 국제유가도 지난해 수준을 상당폭 하회함에 따라 낮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그러나 내년엔 유가 하락 영향이 사라지고 경기도 점차 개선되면서 올해(0.4% 전망)보다 높은 1.0%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 금리에서 추가 인하되지 않더라도 물가상승률이 1%에 진입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가 된다. 서경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