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증언거부하면 포괄적 답변 거부권 있다” 주장
재판부 “법적 근거 대라”고 했지만 답변 못해
검찰과 변호인 따로 부른 재판부, 휴정 15분만에 공판 재개
사모펀드, 입시비리, 증거인멸 모두 “형소법 148조”로 답변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답변을 거부하면서 검찰과 변호인 사이 신경전이 벌어졌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답변 여부와 관계없이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 재직 시절 수천만원을 송금한 경위 등을 캐물었고, 변호인단이 답변을 원치 않는 질문을 하지 말라고 맞서면서 재판이 파행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임정엽) 심리로 열린 정경심 교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 전 장관은 “이 법정은 아니지만, 저는 배우자의 공범등으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저는 이 법정에서 진행되는 검찰신문에 대해 형사소송법 148조가 부여한 권리 행사하려 한다. 저는 친족인 증인이자 피고인인 증인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형사소송법 148조는 친족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변호인, “검사 질문 포괄적으로 거부” vs 재판부, “법적 근거 대라” 재판 파행
이날 2시간 동안 이어진 오전 재판에서 조 전 장관은 검사의 모든 질문에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겠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오후에도 검찰은 조 전 장관의 반복되는 답변에도 불구하고 질문을 이어갔고, 정 교수의 변호인은 증인이 답변을 하지 않는데도 계속 신문하는 것은 유도심문이고, 형사소송시행규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질문받는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 “증인신문 취지는 실체적 진실 발견 위해 질문하고 답변 얻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국 전 장관이 답변 안하겠다고 전면 거부했음에도 계속 신문하는 건 결국 답변 얻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질문 내용을 반복해서 듣는사람으로 하여금 검찰 주장을 반복 상기하는 효과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판부 : “포괄적으로 질문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에 관한 규정이 있나?”
변호인 : “전체와 개개의 질문을 거부할 수 있다.”
재판부 : “법 규정 없다. 질문을 들어야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데, 증인에게 질문 못한다는 규정을 찾을 수 없다. 주석서에도 없다.”
변호인 : “이론과 근거를 찾아봤는데, 검찰은 증인이 말을 안할수있지만 심문할수는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일본법이고, 법을 들여올 때 우리는 그걸 뺐다.”
재판부 : “우리나라법이 아니니, 거기까지만 말하시기 바란다. 그러면 변호인은 증인이 답변 거부권 행사할지를 변호인이 결정하겠다는 건가?”
변호인은 ‘정경심 교수와 관련있는 질문’은 거부하고, 정 교수와 무관한 질문에 대한 판단은 재판부가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재판부는 질문을 해야 증인이 답변을 거부할 것인지를 판단할 것이기 때문에 아예 신문을 못하게 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봤다. 정 교수의 변호인이 증인 신분인 조 전 장관의 답변 여부에 관여하는 것도 문제 삼았다. 결국 재판부는 오후 공판 시작 15분만에 재판을 중단하고, 검사와 변호인을 사무실로 불러들였다.
10분여가 지난 뒤 재판부는 공판을 재개하고 검찰이 질문을 계속 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은 별도 사건으로 기소돼있는 피고인이지만, 정경심 교수 사건에서는 제3자”라며 “증인은 형사소송법 규칙상 개별 질문을 받을 지위에 있고, 다만 개별 질문에 대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을 향해 조국 전 장관이 직접 겪은 일이 아닌데도 ‘알고 있느냐’는 식의 질문은 하지 말도록 주문했다.
법적 근거 못댄 변호인단…사모펀드, 입시비리, 증거인멸 모든 질문에 대답 회피
이날 오전 검찰은 사모펀드에 관한 질문을 시작으로 딸 입시 비리에 관여한 정황이나, 정경심 교수의 증거인멸 과정에 가담한 정황에 관한 질의도 이어갔다.
검찰은 정경심 교수가 2015년 12월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에게 자신의 주민번호를 알려줬고, 20분 뒤 조 전 장관의 명의 계좌에서 정경심 교수 계좌로 8500만원이 송금된 경위에 대해서도 캐물었다. “정경심 교수는 야간에 조 전 장관으로부터 8500만원을 받았고, 다음날 조범동을 만났다. 증인은 이 8500만원을 포함해 정 교수가 조범동이 5억원 상당의 금전거래를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른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보낸 8500만원이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PE’ 설립자금으로 쓰인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검찰 조사 당시 진술을 거부하면서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기 때문에 법정에서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봤다. 더욱이 증인은 법정 밖에서 SNS를 통해 사실을 왜곡하고 검사를 비난해왔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시간이 됐는데도 법률에 보장된 권리라는 이유를 들어 증언을 거부한다고 하니 납득하기 어렵고 매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오전 2시간, 오후 2시간30분, 총 4시간 30분여에 걸친 증인신문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은 기계적으로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른다”는 대답을 했고,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검찰 주신문 이후 변호인의 반대신문도 생략됐다. 조 전 장관은 법대를 향해 꾸벅 인사를 하고 법정을 나갔고, 재판부는 8일 다른 증인을 불러 다음 공판을 열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