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 전력계통 이상 추정, 상세 원인 점검 중

원자로 안전상태 유지 및 외부 방사선 영향 없음

신고리원전, 태풍 영향 원전 4기 원자로 정지 ‘초유’

[헤럴드경제(부산)=윤정희 기자] 태풍 ‘마이삭’이 강타한 부산에서는 강력한 바람의 영향으로 원자력 발전소 4기가 멈춰서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핵발전소가 태풍으로 일시정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 9월 13일 태풍 매미로 고리 1~4호기와 월성 2호기가 정지되는 사고가 있었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본부장 이신선)는 “3일 새벽, 운영 중인 고리3·4호기(가압경수로형, 95만kW급), 신고리1·2호기(가압경수로형, 100만kW급)의 원자로가 정지(신고리1호기 00시 59분, 신고리2호기 01시 12분, 고리3호기 02시 53분, 고리4호기 03시 01분)됐다”고 밝혔다.

태풍 피해로 원전 4기가 동시에 멈춰선 것은 유래가 없는 일이다. 고리본부는 원자로 정지 원인을 제9호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인한 소외 전력계통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상세 원인을 점검하고 있다.

고리원전 관계자는 “이번 원자로 정지로 인한 환경으로의 방사선 영향은 없으며, 정지된 원자로는 안전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조속한 점검을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안전하게 원전을 재가동할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은 3일 성명을 통해 “한국수력원자력측은 방사선 누출 등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문제는 태풍으로 인해 다수호기가 밀집되어 있는 핵발전소 부지내 모든 발전소가 셧다운 될 수 있는 위험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면서 “다행히 이번에는 전력사용량이 많지 않은 새벽 시간에 발생해서 문제가 없었지만 대규모 정전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현재 고리 핵발전소에는 총 5기(고리2~4호기, 신고리 1~2호기)가 운영 중이며, 영구정지 중인 고리1호가 있다. 이 발전소가 담당하는 전력량은 4550MW에 달한다. 이는 전체 전력의 약 5%에 해당하는 양이라 한꺼번에 정지될 경우 전력공급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