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역세권 10억원 넘겨 속속 신고가

-현실 모르는 정책 수장에 대한 비판 나와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몇개 아파트를 모아서 10억원이 넘는 것을 가지고 서울 전체 (통계인) 것처럼 기사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서울 집값이 10억원을 돌파했다는 내용의 기사에 대해 이 같이 답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다음날 KB국민은행은 8월 서울 아파트 평균값이 9억8500만원에 달한다는 통계를 내놨다. 모든 아파트가 10억원에 거래된 것은 아니나, 평균적으로 서울에선 10억원의 아파트값이 낯설지 않다는 이야기다.

상승세는 이제 수도권으로 번지고 있다. 수도권 역세권 신축은 84~101㎡ 등 중형 규모에서도 10억원을 넘겨 거래된다. 강남 접근성이 좋아 수도권 내에서도 가격 상승을 이끌었던 분당, 수원, 용인 등의 이야기가 아니다. 10억원대 아파트는 점점 범위를 넓히고 있다.

김현미는 서울 10억 몇개 없댔는데, 광명 철산동 84㎡도 10억원 넘겼다
광명시 철산동 철산래미안자이 전경. 7월 말 전용 84㎡가 10억5000만원 신고가에 팔렸다.[카카오맵]

2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광명시 철산래미안자이 84㎡(이하 전용면적)는 10억5000만원에 팔렸다. 신고가다. 광명역센트럴자이 60㎡도 이달 22일 9억9000만원 최고가에 계약서를 썼다. 광명시 중소형도 10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앞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던 광명시는 6·17대책으로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묶이자, 오히려 기반시설 등이 부각되며 수요자가 몰리고 있다.

평촌신도시 학군지인 안양시 목련두산 아파트도 이달 8일 101㎡이 11억6000만원에 신고가를 새로 썼다. 평촌중과 범계중을 걸어서 갈 수 있는 이 단지는 노후 단지에도 불구하고 학군 선호도가 높아 집값 상승이 꾸준하다.

문제는 ‘정책효과를 기다리라’는 정부의 말과는 거꾸로 6·17, 7·10 대책 이후 오름세가 더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내내 이 아파트 같은 규모 거래가는 9억5000만~9억8500만원 가량이었는데, 7월과 8월 갑자기 한달에 1억원씩 올랐다. 7월 22일 10억8000만원에 팔린 뒤, 7월 27일과 이달 8일 갑자기 연이어 11억6000만원에 두 건의 계약이 이뤄졌다.

고양시에선 일산동구 킨텍스원시티3블록 84㎡가 11억5000만원 최고가에 거래됐다.

김현미는 서울 10억 몇개 없댔는데, 광명 철산동 84㎡도 10억원 넘겼다

업계에선 서울 중저가 아파트 단지가 키 맞추기에 나서며 몸값을 높이듯, 수도권에서도 입지가 좋은 아파트의 서울 지역과 격차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수도권 아파트 5분위(상위 20%)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이달 11억9889만원으로 12억원에 근접했다. 지난달 11억6642만원에 비해 3247만원(2.8%)가 올랐는데, 분위별 전월 대비 가격 상승률을 따져봤을 때 가장 많이 상승했다. 수도권 고가 아파트가 서울 아파트값을 따라오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 4분위(상위 40%)의 아파트 평균 매맷값도 처음으로 7억원을 넘겼다. 지난달 6억8757만원에서 2.6% 올라 7억539만원을 기록했다.

판교나 동탄 등 서울 강남권 접근성이 좋은 곳의 상승은 더 가파르다. 화성시 동탄역시범더샵센트럴시티 97㎡는 이달 초 13억4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지난 7월 1일엔 12억7000만원에 팔렸으니 한달 새 7000만원이 올랐다. 판교 푸르지오 그랑블 97㎡는 지난달 말 21억7000만원 신고가에 거래됐다. 6·17 대책 이전 매맷값은 19억3000만원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