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 연기 끝에 염수정 추기경 등 지도자와 오찬
“코로나 통제할 수 있도록 종교가 모범 부탁”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하면 국민 삶 어려워져”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로 촉발된 수도권 코로나19 재확산 상황 속에서 천주교 지도자들을 만난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를 통제할 수 있도록 종교가 모범이 돼 주길 부탁드린다”며 협조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20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을 비롯한 전국 천주교 대주교 등 지도자들과 오찬을 갖고 “국민들의 힘든 마음을 치유해주고 서로의 안전을 위한 연대의 힘이 커지도록 종교지도자들께서 용기와 기도를 나눠주시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찬에서 모두발언에 나선 문 대통령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 중인 코로나19 방역을 가장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방역 책임자로서 (현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국민들께서 만들어주신 기적 같은 성과인데, 자칫 그 성과가 무너질 위기에 놓여있다”고 했다. 특히 “방역 상황이 더 악화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게 된다면 우리 경제의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고, 고용도 무너진다”며 “국민들의 삶에서 큰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한순간의 방심으로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일은 결코 일어나선 안 된다”며 “정부는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으로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무시하는 행동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께한 천주교 지도자들에게는 “천주교는 코로나 극복과 수해 복구에도 국민들께 많은 위로를 줬고, 연중 가장 큰 행사인 사순절과 부활절 행사를 방송으로 대신하여 국민 안전을 지켜주셨다”며 “코로나로 생계가 막막해진 이웃의 손을 잡아주시고 또 수해 피해 지역에 모아주신 성금을 국민들 모두 감사하게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거듭된 염려에 염 추기경은 “최근 들어 종교시설에서 감염자가 속출하고 재유행 조짐에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 천주교회는 정부의 지침에 최대한 협조하고 신자들의 개인위생에 철저하도록 각 본당 신부님들을 통해서 알리고 있다”며 “저희 모두도 우리 신자들과 함께 기도로 마음을 모으고,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권고하며 함께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오찬은 애초 지난해 7월 개신교와 불교 지도자 모임과 함께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문 대통령의 UN 총회 참석과 코로나19 확산으로 두 차례 연기된 끝에 진행됐다. 오찬 직후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은 주교회의 측에서 준비한 ‘묵주 기도의 모후’라는 제목의 성화(聖畫)를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청와대는 “성화는 지구촌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시점에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도록 성모님께 기도하는 내용”이라며 “팔목에 찬 묵주의 메달 문양은 한반도 지도로 남북 화합과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