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전임의 300여명, 오전 9시 기해 파업 동참
의협 “26일부터 전국 의사 총파업 진행…모든 직역 참여”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의대정원 확대 등 의료정책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의 ‘물꼬’는 텄지만 의료계의 단체행동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코로나19 재확산에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3일 밤 정세균 국무총리가 단체행동에 나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만나 ‘진정성 있는 논의의 시작과 전공의들의 코로나19 진료 적극 참여’에 합의,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낳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현장에서 나타날 것으로 우려됐던 최악의 의료 공백이라는 급한 불은 일단 끈 셈이다. 하지만, 이날 결정이 전공의들의 파업 철회 내지 전면 현장 복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24일부터는 전임의들이 파업에 동참하는 데 이어 이번주 봉직의, 대한의사협회의 주요 구성원인 개원의의 파업까지 예정돼있어 진료 차질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4일부터 전임의도 파업 동참…외래 진료·입원·수술 감소 불가피=대전협은 전날 정 총리와의 회담 관련 공지를 통해 “진료 복귀가 전공의 단체행동의 철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더구나 지난 21일 전공의 파업에 이어 오늘(24일)부터는 전임의도 파업에 들어간다. 전임의는 전문의 자격 취득 후에 병원에 남아 세부전공을 수련하는 임상 강사(펠러우)를 말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전임의 288명은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파업에 들어갔다. 복귀 시점은 전공의와 마찬가지로 정하지 않았다. 다만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투석실 등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 업무는 유지하기로 했다. 서울대병원뿐만 아니라 서울아산병원 전임의 일부도 이날부터 파업에 동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의들은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단체행동에 돌입해 오는 26일로 예정된 대한의사협회의 제2차 전국의사총파업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차 총파업에는 의협의 주요 구성원인 개원의는 물론 전공의, 전임의, 봉직의 등 의사 전 직역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의 무기한 파업이 시작된 후 주요 병원은 외래 진료와 신규 환자 입원, 수술 등을 줄이며 한정된 인원으로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진료 예약이 연기된 환자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의 공백을 메웠던 전임의마저 파업에 나설 경우 진료에 상당한 지장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신규 환자 유입을 제한하고 수술 건수를 줄이는 등 대처하고 있지만 전임의 등이 업무에서 손을 뗄 경우 진료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대화 물꼬는 텃지만…입장차 여전= 정부와 의협은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하다는 데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책을 둘러싼 입장 차이는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의료계에서 반대하는 정책 추진을 보류한 채 의료계와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의협은 “정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은 집단휴진(파업)을 예고한 의료계에 대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은 의료계와 정부 모두의 목표”라면서 “코로나19와 싸우는 방역현장과 환자를 치료하고 생명을 구하는 의료현장을 함께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다만 정부와 의료계가 진정성 있는 논의에 착수하기로 합의해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하다. 정 총리는 24일 오후 의협 측과 만나 의료정책과 의료계 총파업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