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골프장 옆 육사 이전 없이 고밀 개발 불가능”
강원 화천군·경기 동두천 등 육사 유치활동 나서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정부가 8·4 주택공급 대책에서 발표한 서울 내 신규 택지 중 가장 큰 부지인 태릉골프장을 두고 주민 반발과 육군사관학교(육사) 이전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태릉골프장과 바로 맞닿은 육사가 군사시설이기 때문에 보안 등을 이유로 육사 이전 논란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육사 이전은 없다고 밝혔는데도 각 지자체는 육사 이전을 건의하는 등 유치전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태릉골프장 택지개발사업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해당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실제 공급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이다.
태릉골프장 옆 육사 이전 논란…지자체들, 육사 유치활동 나서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태릉골프장은 총 83만㎡ 규모로, 택지로 개발하면 주택 1만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
태릉골프장은 국가 소유로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토지 용도 주거지역으로 변경하면 빠르게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부지의 공급 시기에 대해 “내년 말에는 사전 청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태릉골프장과 바로 맞닿은 육사가 주요 군사시설이라는 점이다.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바로 옆 육사가 내려다보이기 때문에 군사기밀 등을 이유로 육사 이전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다.
육사를 이전하지 않을 경우에는 고도 제한 문제로 용적률이 하락해 태릉골프장 고밀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최근 “태릉골프장 아파트에서 육사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에 기밀 등의 이유로 육사 이전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육사 이전은 참여정부 시절부터 끊임없이 제기돼왔지만 국방부 반대로 논의는 제자리걸음 중이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태릉골프장 부지는 군사시설과 맞닿아 있고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찮은 상황”이라면서 “군사시설 이전 논의를 시작하고 실제로 이전하기까지 수년의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들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지자체는 육사를 유치하겠다며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강원 화천군과 원주시, 경기 동두천시, 충남 논산시, 경북 상주시 등이 육사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원창묵 원주시장은 18일 “육사 이전이 최근 정부의 주택 공급계획에 태릉골프장 부지 개발이 논의되면서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며 “육사 이전이 확정된다면 강원도를 넘어 상주와 논산, 동두천 등 타 시·도 주요 도시와의 경쟁에서 우위에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릉골프장, 지금도 교통난 심각…신규 택지 사업 지연 우려
특히 태릉 인근 교통난이 더욱 심해질 것을 우려해 주민 반발도 갈수록 커지고 있어 사업 추진 과정에서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8·4 공급대책의 태릉골프장 교통대책으로 상봉~마석 구간 경춘선 추가 투입과 화랑로와 북부간선도로 확장, 지하철역 연계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신설 등 내용을 발표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1만가구 정도의 백지상태 택지에 이 같은 교통대책을 내놓았다면 합리적인 수준이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문제는 태릉골프장 일대는 지금도 교통난이 심각하기 때문에 현 수준의 교통대책에 대한 지역주민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태릉골프장 외에도 8·4 공급대책의 신규 택지 주택 공급 가운데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3500가구), 상암DMC 미매각부지(2000가구) 등도 인근 주민과 지자체 반발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2018년 9월 정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성동구치소 부지에 1300가구의 주택을 짓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임대주택 건립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반발하면서 아직 사업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 택지는 여러 변수가 많기 때문에 실제 공급되는 민간 물량이 정부 계획보다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면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도심 내 질적 공급 확대가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m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