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 TCL 제조·판매 완전 중단
공시지원금만 59만원…‘마지막 블랙베리’ 땡처리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특유의 쿼티 자판으로 마니아층을 보유했던 ‘블랙베리’ 스마트폰이 2주 뒤면 완전히 단종된다.
블랙베리 스마트폰 생산을 맡았던 중국의 TCL이 오는 31일 생산 중단을 공지했다. 국내에서도 마지막 ‘땡처리’에 나섰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블랙베리 키투(KEY2)’를 공급해온 LG헬로비전의 헬로모바일이 지원금을 대폭 상향 ‘재고 정리’에 나섰다.
“안녕 블랙베리”…더는 어려워
블랙베리는 2000년대 초·중반 미국 휴대전화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였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블랙베리 ‘광팬’이었던 덕에 ‘오바마폰’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하지만 2007년 애플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밀려 빠르게 몰락했다. 결국 2016년 자체 생산을 중단하고 중국의 가전업체 TCL에 제품 개발과 마케팅·판매 등 모든 권한을 넘겼다.
이후 TCL은 안드로이드 OS를 적용한 ‘블랙베리 키원(KEY1)’ ‘블랙베리 모션’ ‘블랙베리 키투(KEY2)’ 등을 선보였으나 반전은 없었다. 결국 TCL이 생산하는 블랙베리는 31일을 끝으로 자취를 감추게 됐다.
눈물의 폭탄세일…AS는 2022년까지
현재 국내에서는 LG헬로비전의 알뜰폰 브랜드 ‘헬로모바일’이 사실상 유일하게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판매 중이다. 온라인 구매처 대부분은 해외 직구나 구매대행이다. 헬로모바일은 지난 2018년 출시된 ‘블랙베리 키투’를 단독으로 출시, 공급해왔다.
헬로모바일은 31일 단종을 앞두고 공시지원금을 대폭 상향해 실구매가를 ‘9만9000원’까지 낮췄다(24개월 약정 기준). ‘블랙베리 키투’의 출고가는 69만3000원(128GB 기준). 슬림·청소년 요금제를 제외한 2만원대 요금제에도 59만4000원의 공시지원금을 적용한다. 현재 재고는 1000대 안팎으로 추정된다.
TCL의 생산 종료에 블랙베리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이후 AS(애프터 서비스)와 OS 업데이트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블랙베리 측은 “고객 서비스와 보증은 2022년 8월 31일까지 유지된다”고 밝혔다.
‘보안회사’로 명맥 이어가는 블랙베리
휴대전화 제조사로서의 블랙베리는 사라졌지만 블랙베리는 보안과 소프트웨어사업을 통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블랙베리의 시초는 무선호출과 e-메일 송·수신이 가능한 비즈니스용 단말기. ‘블랙베리OS’ 또한 업무용 소프트웨어 탑재와 우수한 보안성이 장점이었다.
스마트폰사업이 부진에 빠지자 블랙베리는 보안 기능에 초점을 맞춘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블랙베리는 2015년 흑자 전환에 성공, 지난해 글로벌 매출이 9억 1600만달러(약 1조1200억원)에 이른다. 전 세계 기업과 정부에 보안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자동차 전장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커넥티드 카 등 차량 내장 소프트웨어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전 세계 1억7500만대의 자동차에 블랙베리의 차량용 OS ‘QNX’가 탑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