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 “예보 틀렸다” 탓하자…기상청, 수공 설명 일일이 반박
수공 “오보라는 뜻은 아니었다” 해명하면서 일단락
전문가 “긴밀한 협조체계였다면 엇박자 없었을 것”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환경부·한국수자원공사(수공)와 기상청이 섬진강댐 등의 수위 조절에 날씨 오보가 영향을 미쳤는지 책임 공방을 벌인 가운데, 결국 수공 측이 “미래 예측의 불확실성을 토로했을 뿐 기상청이 오보를 냈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자칫 기관 간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수 있던 이번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향후 정부 기관 간 긴밀한 협조 체계 구축은 과제로 남게 됐다.
13일 환경부, 기상청, 수공 등에 따르면 전날 환경부와 수공은 출입기자단 설명회를 열고 댐 방류량 조절에 실패해 인근 지역의 홍수 피해가 커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기상청 예보 등에 따라 홍수조절용량을 충분히 확보했으나, 예측하지 못한 집중호우와 긴 장마 때문에 차질이 생겼다”는 취지의 설명을 냈다.
설명회에서 수공 관계자는 “기상청 예보의 정확도가 떨어진 게 피해에 영향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강우 상황에 대해서는 저희도 전문 기관이 아니라서 기상청에 절대적으로 기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도 “이번 홍수 때에는 비가 극한으로 온 데다가 기상청의 예상 강우량이 실제와 다르고, 또 장마가 끝나는 시점을 7월 말로 예보해 미처 대비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수공 측 설명에 힘을 실었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이례적으로 수공 측의 설명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즉각 반박했다. 기상청은 같은 날 설명자료를 통해 “7일 오후 5시 발표한 단기예보와 기상정보를 통해 같은 날 오후 5시부터 8일까지 이어지는 비에 대해 실제 내린 강수량 수준의 비를 예보해 제공했다”고 밝혔다.
용담댐이 위치한 전북 진안의 경우 지난 7일 오전 0시부터 오후 5시까지 215.0㎜의 비가 왔고 오후 5시 단기예보를 통해 8일까지 많은 곳은 250㎜ 이상 오겠다고 예보했는데, 이미 내린 비와 예보치를 더하면 465㎜로 실제 강수량 433.5㎜보다 오히려 많다는 것이 기상청의 입장이다.
마찬가지로 합천댐이 있는 경남 거창은 지난 7일 오전 0시부터 오후 5시까지 87.3㎜의 비가 내렸고, 7일 오후 5시 단기예보에서 8일까지 이어지는 비의 강수량을 최대 150㎜로 예보됐다. 이 두 수치를 합한 강수량은 237.3㎜로 실제 내린 비의 양인 282.3㎜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도 기상청은 설명했다.
기상청은 “7일 오후 5시 발표한 단기예보에서는 다음날(8일)까지 이어지는 비에 대해 실제 내린 강수량 수준의 비를 예보해 제공했다”며 “따라서 수공이 설명한 ‘댐 수위조절 실패 이유는 기상청 예보 때문’이라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수공은 하루만에 한발 물러섰다. 수공 관계자는 “기상청이 오보를 냈단 뜻은 아니었다. 다만 대부분 강우 예보 범위가 100~200㎜에 그친 데 비해, 일부 지역에 그보다 훨씬 많은 비가 내려 미래 예측의 불확실성에 따른 물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처음부터 댐 방류량 조절에 실패한 요인으로 기상청을 탓한 것이 아니라, 기상청 예보보다 일부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려 물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다.
다만 장마철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양 기관이 좀더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양측 협력 체계를 묻는 질문에 대해 기상청·수공 관계자 모두 “담당 실무자들이 수시로 통화하고 점검 회의도 하고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평소 소통이 잘 됐다면 엇박자 사태 자체가 없었을 것”이라며 “수시로 연락하는 수준을 넘어 파견을 비롯한 인적 교류는 물론 합동 연구·훈련 등 적극적인 상생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