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공격 논란에 명칭 순화…모호한 질문·명칭 영향 미친 듯
한반도 안보와도 직결…방위상 “왜 한국 양해가 필요하냐”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대해 일본에서 찬성 여론이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NHK가 8∼10일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0%는 ‘상대의 영역 안에서도 공격을 저지하는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답했다.
보유에 반대하는 의견은 27%에 그쳤다.
상대의 영역 안에서 공격을 저지하는 능력은 적 기지 공격 능력의 새로운 표현이다.
집권 자민당 의원들이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새로운 안보 전략을 제안할 때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가 선제공격을 위한 것이라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대안으로 ‘상대 영역 내에서 탄도미사일 등을 저지하는 능력’ 등의 표현을 선택했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이 공격당했을 때 비로소 실력을 사용해 방어에 나서는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과 충돌한다는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표현을 순화한 것이다.
하지만 표현을 바꿨을 뿐 실제로는 적 기지 공격 능력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게 일본 언론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번 조사에서 찬성 비율이 현저하게 높아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NHK가 지난달 10∼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아베 내각이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를 새로운 방위 지침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에 대해 42%가 반대하고 40%가 찬성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과 민영방송 TV도쿄가 지난달 17∼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외국의 미사일 공격을 억지하기 위해 상대의 기지 등을 타격하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관해 의견을 물었을 때도 반대가 55%, 찬성이 37%로 반대 의견이 많았다.
NHK의 최신 조사 결과에 비춰보면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대한 찬성이 갑자기 늘어난 셈이다.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모호한 질문 방식이나 명칭을 변경한 것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은 탄도미사일 발사 시설 등 타국의 기지를 폭격기나 순항 크루즈 미사일 등으로 공격해 파괴하는 능력이다.
일본이 공격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공격이 실행되기 직전에 적 기지를 타격해 무력화하는 구상과 맞물려 있다.
일본 정치권은 북한과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커진 점을 거론하며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이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하는 것은 한반도의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은 한국의 이해를 얻어야 한다는 지적에 “일본의 영토를 방위하는 것인데 왜 한국의 양해가 필요하냐”는 취지로 반응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