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도매가 80%, 사과 110% 급등
침수·출하지연 이어지면 추석물가도 영향
시금치·도라지·배 등 제수품 인상 우려
장마 후 병충해로 인한 피해 가능성도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9년만의 최악의 장마가 최악의 추석 물가대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긴 장마와 기록적 집중호우로 인해 경작지 침수가 잇따르면서 최근 채소값을 중심으로 밥상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특히 제5호 태풍 ‘장미’가 북상하면서 농작물 피해를 키울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 한 달여 남은 추석 상차림 준비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주요 농산물 상당수가 계속된 장마로 인해 출하 작업이 부진해지면서 시장 반입량이 감소해 가격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물폭탄에 일부 채소는 2주새 3배 넘게 값이 폭등하기도 했다.
지난 7일 기준 배추 10㎏ 도매가격은 1만5440원으로 전월 대비 77.4%, 전년 동기 대비 80.0% 상승했다. 무 20㎏ 도매가는 1만5600원, 대파 1㎏는 3142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4.4%, 47.1% 올랐다. 과일류 중에선 사과값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사과 10㎏ 도매가는 7만4560원으로 전년 대비 110.1%가 뛰었다.
문제는 최근의 신선식품 가격 급등세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채소, 과일 등을 중심으로 신선식품 물가의 고공행진이 추석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폭우와 장마 영향으로 현재 2000만평에 달하는 농경지가 물에 잠긴 데다, 비바람으로 인한 낙과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농작물 침수·유실과 출하 차질이 길어질 경우 추석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어, 유통업계는 최근 산지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제수품 중 시금치, 도라지 등은 상품화되는데 45~50일 정도 걸린다”며 “비 피해가 큰 지역의 경우 밭을 아예 갈아엎은 곳도 있다보니 추석 시기에 맞춰 출하가 어려울 수 있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사과 등 제수용 과일도 침수와 낙과 영향으로 공급량이 줄면서 추석 시즌까지 ‘금값’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특히 배밭이 침수된 곳이 많아 수확에 차질이 큰 상황이다. 그나마 출하되는 과일도 일조량이 부족하다보니 당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장마로 인한 다습한 환경에서 탄저병, 갈색무늬병, 노균병 등 농작물 병해충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장마 이후 폭염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로 인해 과수의 잎이나 과일이 타는 등 고온 피해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과채 관측 담당 최선우 연구원은 “현재 비가 워낙 많이 오다보니 수확작업 자체를 못해서 물량이 줄어 시세가 오르는 부분이 있는데, 8월 중순에 장마가 끝나고 다른 문제가 없다면 (추석 물가에) 큰 영향은 없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장마가 끝나고 고온기가 시작되면 탄저병 등 바이러스가 많이 퍼지기 때문에 단수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