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폐업…사장 “더 이상 오해 없었으면”

“전쟁으로 인해 남은 상처·피해 생각 못한점 반성”

[단독] 논란의 홍대앞 ‘평양술집’ 폐업 “‘조국’ 끝나니 코로나·남북 경색”
지난해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인테리어에 사용해 ‘국가보안법 위반’ 논란이 일었던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북한식 주점 ‘평양술집’이 최근 폐업했다. 지난달 중순께 있었던 이 주점에 대한 철거 작업 모습. [평양술집 제공]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어떻게 보면 제가 스스로 욕먹는 상황을 많이 만들었던 거 같고, 이렇게 철거까지 했으니 이제는 오해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저 때문에 화나셨던 분들에겐 죄송할 따름이에요.”

지난해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와 북한 인공기를 인테리어로 사용해 논란이 됐던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이른바 ‘홍대 앞’에 위치한 북한식 주점 ‘평양술집’이 지난달 30일 결국 폐업했다. 평양술집 사장인 A(45) 씨는 9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폐업한 심경을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A씨가 폐업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스트레스’였다. 일부 사람이 평양술집을 직접 방문하거나 앞을 지나가면서, 혹은 온라인상에서 A씨를 “빨갱이”라고 지속적으로 부른 것이 문제였다. “매일 겪는 사람 입장에선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가게를 운영하는 동안) 빨갱이라고 욕하시는 분들도 많았다”며 “밖에 지나가는 손님들도 보면, 누구 한 명이 들어가자고 하면 다른 한 명이 ‘여기 빨갱이라서 이집 가면 안 돼’라고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음식만 해도 유명 평양냉면 맛집에서 스카우트해온 직원분이 만드는 똑같은 음식인데도, 우리 가게에서만 먹으면 ‘아 맛없다’ 이렇게 되기도 했다”며 “그런 것들을 벗어나고 싶다는 게 제일 컸다”고 덧붙였다.

앞서 A씨는 같은 자리에서 일본식 목조 건물을 본떠 만든 2층짜리 일식 주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지난해 거세지는 반일(反日) 분위기에 A씨는 해당 주점을 정리하고 그 자리에 평양술집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끊임없이 이어졌던 사회 이슈들이 매출에 영향을 주었다. 대표적인 것이 ‘조국 사태’였다.

A씨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시작됐고 나서 장사가 안됐다. (위치가) 뒷골목이다 보니 (손님 유치를 위해) 조금 새로운 콘셉트를 도입하고 싶어서 (평양 콘셉트로)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보면 이렇게 민감한 거는 했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며 “평양술집을 열고 나서 조국 사태와 딱 맞물리자, 당시 기사 댓글 반응이 조국(전 법무부 장관)-윤석열(검찰총장) 간 갈등과 가게를 연계해 얘기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누구의 편도 아니고 관심도 없었는데, 인터넷 댓글 상에선 평양 콘셉트란 이유만으로 조국 편인 것처럼 됐다”며 “내가 무슨 상관이라고, 이것까지 나랑 연결을 시키시나, 그런 것들이 이젠 정말 많이 지쳤다”고 덧붙였다.

해가 바뀌고 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급격히 경색된 남북관계로 인한 지난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역시 폐업의 이유가 됐다. A씨는 “‘사랑의 불시착’ 등 북한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올초 흥행하면서 외국인 손님들이 매출의 70~80%를 차지했다”며 “근데 코로나19가 오니까 외국인 분들이 못 오시고 2월부터 적자가 조금씩 나다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기 시작하면서 적자가 너무 심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저뿐만이 아니고 홍대 상권은 붕괴 직전”이라며 “실제로 영업을 안 한 건 5월 중순부터인데, 코로나19가 좀 나아지면 다시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남북연락사무소도 폭파되면서, 더 이상 연관되고 싶지도 않고 다 싫어져 포기하게 됐다. 마음의 안정을 찾을 시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평양’이라는 공격적이었던 마케팅 전략에 대해서도 후회와 반성을 보였다. A씨는 “노이즈 마케팅이 어마어마하게 됐다. 대한민국 술집 사장이 CNN·BBC 등 외국 유명 언론에 나갈 일이 뭐 있겠나”라며 “노이즈 마케팅은 됐지만, 결국 ‘아무 의미 없구나, 마이너스밖에 안 되는구나’란 결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사실 아직도 (6·25)전쟁 때문에 피해나 마음의 상처가 있으신 분들도 계실 텐데, 그런 걸 헤아리지 못했던 것”이라며 “그런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까진 생각하지 못한 것을 지금은 정말 많이 반성하고 후회한다”고 했다. 이어 “엄청 후회하고 또 평생 잊지 못할 큰 경험을 했다”며 “과연 평생 이 경험이 잊힐까, 지금 인생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 9월 마포구가 평양술집에 대해 내린 행정처분 벌금도 여전히 갚아 나가고 있다. 마포구는 평양술집이 적발된 ▷불법 증축 ▷식품위생법 위반 ▷무단 도로 점용 ▷주차장법 위반 등 네 가지 위법 사항에 대해 행정조치를 내린 바 있다.

A씨는 “벌금이 몇천만원 나왔는데, 아직도 돈이 없어서 못 냈다”며 “그걸 안 내면 건물주분께 압류가 들어가서, 그래도 저에게 잘해 주신 분인데 아무리 제 사정이 어려워도 제가 잘못해서 생긴 일이니 어떻게든 이달 말까지 정리를 해 드리겠다고 건물주분께 말씀드린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