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단일대오’…‘성과 우선주의’ 김태년
말 아끼는 이낙연…“국민 공감 형성 실패”
전문가 “내부 메시지만…민심 방향 읽어야”
[헤럴드경제=이현정·홍승희 기자]다양성보단 단일성을, 소통보다는 성과를 외쳤다.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리더십 스타일로 인해 당 내 다양성과 국민적 공감대가 뒷전으로 밀리면서 민심 이반을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지지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7일 리얼미터가 전날 내놓은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35.6%로 미래통합당과 불과 0.8%포인트 차를 보였다. 통합당 창당 이후 최소 격차다. 주택공급 대책이 나온 다음날인 5일 여야의 지지율이 역전되기도 했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가장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민주주의가 사라진 당 내 분위기다. 의원들은 이해찬 대표의 의중에 맞춰 목소리를 낼 뿐이다. 지난 5일 이 대표가 검찰을 향해 각을 세우자 의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론에 불을 지피며 ‘검찰총장 잡기’에 나섰다. 지난 6월 이해찬 대표가 “윤 총장의 거취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며 함구령을 내리자 일제히 침묵했던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의원들은 일체 언급을 피하다 이 대표가 공식 사과한 다음에야 입을 떼기 시작했다.
당의 목소리와 결이 다르면 함구령이 내려지기 일쑤다. 최근 주택공급 대책에 대한 당 내 반대론이 제기되자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다 공공주택을 늘려야 된다고 하면서 ‘내 지역은 안된다’고 하면 안 된다”며 입단속을 시켰다.
박상병 정치 평론가는 “이 대표 입자에선 차기 대표에게 흔들리지 않는 당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겠지만, 활발한 소통을 통해 당의 동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입을 막아버리고 있다”며 “이 대표의 독주 체제가 계속되면서 국민들 입장에선 과연 민주주의가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입법 성과에 치중하는 김태년 원내대표의 지나친 추진력도 민심 이탈을 가속화했다는 분석이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5월 취임한 직후 ‘일하는 국회’를 내걸며 속도와 성과를 거듭 강조했다. 야당이 끝내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임위를 모두 맡은 데 이어 부동산 관련 입법도 야당의 반대 속에서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정책 속도와 성과를 우선시하면서 민심과 동 떨어진 정책마저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지적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추진력에 대해선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부동산 정책 등의 경우 방향성이 틀렸는데 억지로 밀어 붙이니까 국민들이 등을 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기 당 대표로 유력한 이낙연 의원의 지나치게 신중한 언행도 향후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을 주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평론가는 “가장 유력한 차기 당 대표로서 중요 사안에 대해 명확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한데, 매사에 무난하게 대답하니 국민적 피로도가 쌓이는 것 같다”며 “국민들 입장에선 ‘리더가 이래도 되나?’라고 생각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민심과 동 떨어진 발언을 내놓는 의원들도 문제로 꼽힌다. 윤준병 의원의 ‘월세 발언’ 등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정책 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민심의 방향을 읽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여당에선 국민을 향한 메시지가 나와야 되는데 친문 세력의 대통령 지키기처럼 비칠 정도로 내부를 향한 메시지만 나오고 있다”며 “군인이 보초를 서는데 내부만 보는 꼴이 계속되면 민심 이반을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