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시작…11월께 완료

정상·부실징후·부실 분류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은행들이 일제히 거래기업의 신용위험평가를 시작했다. 금융권에서 자금을 빌린 기업 가운데 부실징후가 있는 기업을 솎아내는 작업이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은 이달 초부터 신용공여액이 500억원이 넘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신용위험평가를 벌이고 있다. 대기업 평가에 이어서 중소기업(신용공여액 500억원 미만)과 외부감사기업 등을 들여다 본다. 신용위험평가는 오는 11월까지 이어진다.

신용위험평가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따라 매년 채권은행들 벌이는 연례행사다. 은행연합회가 제정한 ‘기업신용위험 상시평가 운영협약’에 따라 통상 대기업 대상 평가(기본·세부평가)는 6월까지 마쳤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은행권은 금융당국과 협의를 거쳐 평가 시점을 하반기로 미뤘다.

평가시점이 늦춰지자 은행들은 채무기업의 상반기 실적까지 살필 수 있게 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 1분기 실적과 작년 연간 실적을 보게 되는데 상반기 실적보고서가 나왔다면 그것까지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국면을 거치면서 기업들이 입은 영업 타격이 고스란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소비재 수출기업, 석유화학, 항공, 철강 등의 업종에 연관된 기업의 실적 악화를 예상하고 있다. 이미 은행들이 상반기에 자체적으로 진행한 여신건전성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내부 여신건전성 분류를 진행한 상태다.

이번 신용위험평가를 거쳐 기업들은 ▷정상 영업 기업(A등급) ▷부실징후기업이 될 가능성이 큰 기업(B등급) ▷부실징후기업(C·D등급) 등으로 분류한다. B등급 기업에는 만기연장, 신규 자금 지원이 이뤄진다. C·D등급으로 분류된 기업들은 기촉법에 따라 워크아웃, 회생절차를 밟아야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 결과 210개 기업이 부실징후기업으로 분류됐다. 대기업 9곳, 중소기업 201곳이었다.

은행들은 부실징후기업의 여신의 자산건전성을 재분류하면서 추가 대손충당금을 쌓을 수도 있다. 이미 은행마다 상반기 수천억원씩 충당금을 쌓았는데, 평가 과정에서 실적·재무여건이 나빠진 기업이 많을수록 추가 적립금 규모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위험평가는 은행 자체 기준이 아닌 공통항목으로 평가하는 만큼 객관적으로 취약업종을 골라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