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유·투자 기업 상당수 PPP 혜택받아
외국계 기업 자회사 대출 허용의 결과
전문가 “지원 대상의 소유, 투자 상황에 대한 정책보안 필요”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미국에 있는 중국 소유 기업의 상당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완화를 위한 미 정부의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의 혜택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틱톡 등 중국 기업을 연일 압박했지만, 정작 미 국민 세금은 중국 기업을 돕는 데 흘러 들어간 것이다.
PPP는 미 의회가 지난 3월 통과시킨 2조2000억달러 경기 부양 패키지 중 하나다. 직원 500명 이하 중소기업에 최대 1000만달러(119억원)를 무담보로 대출을 해주고, 일정 기간 직원 고용을 유지하면 대출 상환을 면제해준다. PPP에 배정된 예산은 6600억달러(789조원)다.
2일 (현지시간) 컨설팅업체 호라이든 어드바이저리가 PPP프로그램 대출 데이터를 분석한 데 따르면 중국이 소유하거나 투자하고 있는 125개가 미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100만달러 이상의 대출을 받은 기업은 32개다. 이들의 총 대출 규모는 1억8000만달러(2151억원)에 달했다.
혜택을 받은 기업 중에는 미 국방부가 올해 중국 인민해방군 소유 기업으로 분류한 중국항공공업(AVIC)그룹 소유의 컨티넨탈 항공우주기술과 앙지항공전자도 포함됐다. 이들 기업은 각각 1000만달러, 35만달러를 대출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법이 외국계 기업의 자회사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돈의 상당부분이 미국의 가장 큰 경쟁자에게 돌아가고 있다”면서 “미국 납세자들의 돈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갔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마련한 부양책이 중국 기업을 돕고 있었다는 사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격화된 미중 관계의 현실과 크게 대조된다. 실제 미국 정부는 최근 중국 신장 지역의 인권 탄압에 연루한 중국 관리들과 중국 기술회사들에 대한 제재안을 내놓은 데 이어 중국의 유력 동영상 소셜미디어인 틱톡의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전문가들은 PPP를 비롯한 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함에 있어 정책적인 보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호라이즌 어드바이저리의 공동창업자인 에밀리 드 라 브뤼에르와 네이선 피카르시크는 “PPP 대출 대상의 소유주와 투자자, 연결주체 등의 범위와 성격에 대한 적절한 정책적 가드레일이 없다면 미국은 외국 경쟁자, 즉 중국을 지원하는 위험을 감수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