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0개 단지 거래 분석
평균실거래가 ‘분양가의 1.95배’
무주택 현금부자 유리한 구조
정부도 다양한 대책 검토 중
지난달 입주한 서울 서초구 반포센트럴자이. 이 아파트 59㎡(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5월 연휴에 21억2000만원에 팔렸다. 신반포6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이 아파트가 2017년 8월 주택도시공사(HUG)로부터 분양보증 발급을 받은 분양가는 11억원이었다. 강남 아파트 청약에 당첨만 되면 ‘10억원 로또’라는 세간의 말이 현실화된 것이다.
‘로또 분양’이 강남권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1월 입주한 신길뉴타운의 보라매SK뷰 59㎡는 지난달 말 12억원에 손바뀜됐다. 이 아파트 분양가는 6억원 밑이었다. 3년 만에 분양가의 배 이상 올랐다.
24일 헤럴드경제가 올 상반기 실거래된 서울의 입주하거나 입주를 앞둔 단지 10곳을 살펴본 결과, 실거래가가 분양가의 평균 1.95배에 거래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도 가리지 않았다. 10개 단지는 강남구·강동구·노원구·서대문구·서초구·양천구·영등포구·은평구 등 8개구에 분포했으며 1.7~2.1배에 거래가가 형성됐다. ▶관련기사 3·4면
이에 따라 분양가를 일률적으로 심사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17년부터 서울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해 HUG가 분양보증 발급에 나서도록 하고 있다. 해당 분양가 이상은 보증 발급이 거절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분양가가 통제된다.
부동산시장 안팎에선 이에 대한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무주택자에 대한 배려로 시세 대비 낮은 분양가를 책정하다 보니 청약시장이 과열되고, 청약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실거주 요건 강화나 대출 규제 같은 것이 더해지면서 오히려 현금부자 무주택자의 진입만 돕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2018년 3월 분양한 디에이치자이개포는 84㎡ 분양가가 11억원부터 형성돼 중도금 대출이 불가했다. 10억원을 손에 쥔 현금부자만 청약할 수 있었던 셈이다. 내년 하반기 입주하는 이 단지의 지난달 말 분양권 거래가는 23억8770만원. 10억원 이상 시세차익은 무주택 현금부자 몫으로 돌아간 셈이다.
청약시장 과열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24일 공개된 과천 푸르지오벨라르테에선 청약가점 만점(84점)보다 1점 부족한 83점 통장이 쓰였다. 주택형 대부분의 커트라인은 40대 4인가구 기준 청약 가점 최대 점수 수준인 60점 후반대였다. 시세 대비 수억원이 저렴한 데다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분양가 9억원 아래의 공급이 상당수라 504가구 모집에 5만명이 통장을 썼다.
이에 따라 수분양자에게 이익이 집중되는 현재의 분양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청약시장 과열과 이에 따른 부작용이 지속될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다음달부터 분양가상한제가 본격 시행되고 시세 대비 30~40%가 저렴한 3기 신도시 청약 등 시장 왜곡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와 서울시도 지분적립형 주택을 비롯해 환매조건부 분양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등 환수제도를 통해 일부 수분양자에게 집중됐던 이익을 적절히 회수해 공공 개발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연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