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에서 육사부지까지’ 공급 대책 검토 단계에서 빠져

실효성 높은 재건축 규제 완화는 여전히 오리무중

대한건설협회 “도심 초고밀도 개발 등으로 수도권 50만호 주택공급 가능”

발굴은 커녕 눈만 뜨면 하나둘 사라지는 공급대책
정세균 국무총리는 2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태릉 골프장과 함께 개발될 것으로 기대됐던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부지 개발 여부에 대해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은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연합]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이달초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주택공급을 추가로 발굴하라”며 공급대책을 잇따라 강조했지만, 이달말 발표될 공급대책에 대해 벌써부터 불안감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위한 모든 가능한 대안을 테이블에 놓고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언급했지만 발표되기도 전에 정치적 논란을 겪으며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심한 분란을 일으켰던 그린벨트 해제는 대통령의 결정으로 없었던 일이 됐고, 태릉골프장과 함께 개발될 것으로 예상됐던 육사부지도 검토 안하기로 했다. 아울러 가장 공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재건축 규제완화는 국토교통부의 의지가 높지 않아 실제 가시화될 지 의문이다.

이에따라 일부 서울 유휴부지 개발과 도심 용적률 상향, 공공 재건축 등만으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의 대책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부지 개발 여부에 대해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가 태릉골프장(83만㎡) 개발 방안을 제시했을 때 인근 육사 부지까지 같이 개발하면 부지 면적이 150만㎡까지 늘어나 2만가구 이상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정 총리의 발언으로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앞서 강남과 서초지역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해제도 수많은 논란만 낳고, 없었던 일이 됐다.

서울 잠실·탄천 유수지 행복주택 시범지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 공공기관이나 국책연구기관 부지 등이 신규 부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산발적인 소규모여서 제대로된 공급 효과를 내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굴은 커녕 눈만 뜨면 하나둘 사라지는 공급대책
재건축이 지연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단지[헤럴드경제DB]

정부는 5·6일 공급 대책에서 서울 7만가구 공급 방안을 발표했으나 신규 택지 확보를 통한 공급은 용산 정비창 부지 등 18곳 1만5000가구에 그쳤다. 공공 재개발이나 소규모 재건축 활성화 등 제도 개선을 통한 주택 공급도 ‘목표’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 7·10 대책 발표 시 신규 택지 발굴 외에 공공 재개발과 비슷한 공공 재건축 제도 도입, 도심 고밀 개발을 위한 도시계획 규제 개선,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도심 내 공실 상가·오피스 등 활용 등을 통해서도 주택 공급을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때문에 시장에서는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대한 기본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강남과 여의도에서 지연되는 재건축 사업들에 대한 행정적 절차를 진행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지만 국토부에선 가구멸실과 집값상승 등의 이유로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전문가와 시장에서는 뉴욕, 도쿄와 같은 도심의 고밀도 개발과 재건축 규제완화, 도심 35층 층고 제한 완화 등은 꼭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발굴은 커녕 눈만 뜨면 하나둘 사라지는 공급대책
혁신적인 도시개발로 손꼽히는 일본 도쿄의 롯폰기 힐스 [게티이미지]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래세대를 위해 공원과 녹지를 확보하면서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고밀도의 압축적 도시개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시장이 원하는 입지에 좋은 품질의 주택을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정비사업에 지나치게 부과돼 있는 불합리한 규제를 완화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박재홍 대한주택건설협회장은 “건물이 위로 올라간 만큼 땅값이 떨어지고 그만큼 집값 하락과 공급 효과도 더 누릴 수 있다”며 “공공성 요건을 충족할 경우 용도지역별로 현재 기준 대비 각 100% 이상 용적률을 더 주는 방향으로 재정립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대한건설협회는 23일, “최근 부동산 시장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공급 대책이 조속히 필요하다”며 “도심의 초고밀도 개발 촉진 등 규제 완화를 통해 수도권에 50만호 주택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협회는 공급 해법으로 △도심의 초고밀도 개발 허용 △역세권 재개발 해제 구역 개발 △민간공원 특례사업 적극 추진 △도심 내 상업용 건물의 주거용 전환 △건축물 수직 증축 허용 △ 가로주택정비사업 층수 및 면적 제한 완화 △혁신적 도시재생 사업 추진 △1기 신도시 전면적 상향 재건축 허용 등 8가지를 제시했다. 협회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건의문을 국회와 정부에 전달했다.

협회는 “세밀하고 체계적인 공급 청사진 제시를 통한 강력한 공급 확대 신호를 주는 것 만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불안감과 추격매수 심리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규제 특례로 발생한 개발이익은 임대주택 공급 등으로 환수하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