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제외 제조업 생산 15% 격감…내수·수출 출하 12% 급감
체감경기 보여주는 ‘확산지수’ 역대 최저…고용-소득 등 연쇄충격 우려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내수와 수출의 동반 위축으로 제조업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제조업 생산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내수와 수출 출하는 이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재고는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과 재고율·가동률 등 주요 지표들이 IMF 외환위기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다.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광공업 ‘확산지수’는 역대 최저에 머물고 있다.
제조업의 위기는 곧바로 고용위기로 연결되며 이는 가계소득을 악화시켜 소비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충격과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글로벌 가치사슬(GVC)이 급격히 훼손되고 있는 가운데 주력 제조업체들이 흔들릴 경우 우리경제의 근간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22일 통계청의 광업·제조업 경기동향 통계를 보면 올 5월 제조업 생산은 전월대비 6.9%, 전년동기대비 9.8% 감소했고,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를 제외할 경우 전월대비 10.7%, 전년동월대비 15.3%나 급감한 상태다. 특히 자동차 생산은 전월대비 -21.4%, 전년대비 -35%를 각각 기록했다.
생산이 위축된 가운데 제조업 출하는 내수(전년대비 -12.1%)와 수출(-11.8%)이 모두 위축되면서 공장에는 재고가 넘치고 있다. 제조업 출하에 대비한 재고 비율인 재고율은 올 5월 128.6을 기록해 2008~2009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8월(133.2) 년 이후 21년여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10개를 생산하면 3개 정도가 재고로 쌓이고 있는 셈이다.
생산해도 판매할 곳이 마땅치 않아 재고가 쌓이자, 기업들은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거나 조업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에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올 5월 63.6%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월(62.8%) 이후 11년여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가동률은 외환위기 당시 최저치를 기록했던 1998년 7월(63.2%)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만큼 생산활동이 크게 위축돼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비대면 산업이 각광을 받으면서 수요가 크게 늘어난 반도체 업종을 제외할 경우 제조업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지표에 나타난 것보다 훨씬 악화돼 있는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제조업 가동률지수의 경우 반도체가 1년 전보다 3.8% 높아졌지만, 자동차가 34.3% 하락한 것을 비롯해 기계장비(-19.4%), 고무·플라스틱(-21.8%) 등은 20% 안팎씩 급락한 상태다.
제감경기를 보여주는 광공업 생산확산지수는 11.5까지 떨어져 1990년 통계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를 보여주고 있다. 생산 확산지수는 생산이나 출하 등 총량지표로는 측정하기 어려운 산업 생산의 확산 또는 축소 여부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로, 광공업 생산확산지수는 소분류 81개 업종 중 생산이 전월대비 증가 또는 보함인 업종의 비율을 말한다. 50을 기준으로 확산 또는 축소를 판단한다.
광공업 생산확산지수는 금융위기 및 외환위기 때에도 2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올 5월 기준으로 생산 증가업종이 8개에 머문 반면 감소업종이 이보다 8배 많은 66개를 기록하면서 생산확산지수가 역대 최저치인 11포인트 수준으로 급락한 것이다. 그만큼 체감경기는 싸늘한 상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서비스·소비 부문에서 수출·제조업으로 확산하면서 우리경제 전반에 더욱 큰 충격을 던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해외 코로나 확산이 지속되면서 수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위축과 고용·소득·소비 등에 대한 연쇄적인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