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이라 여겼던 AESA레이더 개발, 국내 기술진이 성공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진, 방산업체 관계자 등 조촐한 출고식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미국 측의 기술이전 거부로 ‘불가능’이라 여겨졌던 다기능위상배열(AESA·에이사) 레이더 개발을 국내 기술진 힘으로 성공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출고식에 국방부 등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불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오는 8월 초 예정된 AESA레이더 출고식에 고위급 인사들은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AESA레이더는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되는 한국형전투기사업(KFX)의 핵심 장비로서, 이 사업의 성공 여부를 판정하는 기준으로 여겨졌다. AESA레이더 개발에 사활을 걸었던 국내 연구진과 방위산업계 종사자들은 “어떻게 개발한 것인데, 이럴 수가 있느냐”면서 허탈함을 토로하고 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고위급 인사들의 출고식 참석 여부에 연연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첨단 국방기술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에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며 쓸쓸한 속내를 드러냈다.
국내 연구진과 방산업계가 무기체계 개발 중 특정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고 해서 매번 출고식 행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번 AESA레이더 개발 성공은 국방기술 역사에 있어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며 출고식을 준비했다고 한다.
출고식에서 선보일 예정인 AESA레이더 최종 시제품은 내년 상반기 출고되는 KFX 시제 1호기에 장착될 예정이다. 군과 방산업계는 이를 바탕으로 2022년 첫 비행시험을 시작해 2026년까지 KFX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AESA레이더 개발은 국방부 산하 국방과학연구소가 주도하고, 한화시스템 등 여러 방산업체가 참여해 이뤄졌다. 이번 출고식에는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진과 방산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AESA레이더는 1000개의 표적을 추적·탐지하는 ‘전투기의 눈’으로,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현대 공중전투 개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군 당국은 애초 세계 유수의 전투기 개발·제조업체들이 극비에 부치고 있는 AESA레이더, 적외선탐색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표적 추적장비(EOTGP), 전자파 방해장비(RF재머) 등 4대 핵심기술을 미국 록히드마틴사로부터 F-35를 수입하는 대가로 이전받는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미 의회가 해당 기술 이전을 금지함에 따라 직접 개발하기로 결정, 지난해 말께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4대 핵심기술 개발에 모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