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여우사냥’
우수인력 이탈 방지
경기부양 재원 마련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중국 국적 근로자 개인소득 납세보고서 제출 안내”
홍콩 내 중국 기업에 일하는 중국인 직원들은 최근 지난해 납세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중국 밖에서 일해도 본토의 소득세율을 적용해 최고 45%의 소득세를 내라는 통보다. 중국 정부의 공안통제 강화에 이어 세금 폭격까지 이뤄지면서 홍콩의 인력 이탈도 가속화 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개인소득세법 수정안’을 시행, 홍콩을 비롯한 재외국민에게 본토의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중국 국적자면 해외 어느 곳에든 중국 세율에 따라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근로소득 뿐 아니라 주식, 부동산거래 등 모든 소득에 적용된다.
중국의 법인세율은 25%로 홍콩(16.5%)과 싱가포르(17%) 보다 훨씬 높다. 양도소득세도 홍콩과 싱가포르는 0%지만 중국은 20%다. 누진제가 적용되는 개인소득세는 최고 45%에 달한다. 이렇게 되면 중국 엘리트 인력이 홍콩 등 국외에서 굳이 일해야 할 경제적 이유가 줄어든다.
홍콩의 투자은행에서 근무하면 상하이에서보다 연봉이 25~30% 높다. 임대료나 생활비가 비싸지만 낮은 세율이 그 부담을 상쇄했다. 홍콩의 금융허브 지위가 흔들리면서 국제적인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도 퇴색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세금까지 중국 본토와 같다면 굳이 홍콩에 있을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싱가포르 중국어신문인 자오바오(早報)는 중국기업 직원들이 불만이 크다면서 “홍콩기업도 외자기업도 건드리기 힘드니 애먼 중국기업에만 갑질”이라며 “부추뽑기(그동안의 혜택을 갑자기 없앰)나 마찬가지”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홍콩에서 비자를 받은 중국인은 34만명에 달한다. 해외에 상주하는 중국인은 약 6000만명, 이들의 해외자산은 1조달러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 침체로 예산이 부족해진 중국 정부가 세금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지도부는 출범 후 몇 년동안 강력한 반부패 정책의 일환인 일명 ‘여우사냥(獵狐)’ 작전을 통해 국외로 도피한 부패 관리와 경제사범을 검거해 수조원의 세수를 확보했었다.
중국 정부는 이미 홍콩과 싱가포르 사법기관에 은행 계좌정보를 자동 교환할 수 있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부터 어니스트앤영(EY) 등 회계감사법인들은 갈수록 꼼꼼해지는 중국의 세법에 대응해야 한다며 컨설팅 영업을 벌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