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가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지는 데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온 당일 20만명 이상으로부터 동의를 얻었다.
10일 오후 7시 40분 현재, '박원순 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 20만명 이상 국민이 동의했다. '한 달간 20만명 이상 동의'라는 청와대 공식 답변 요건을 채운 것으로, 청와대는 청원 마감일로부터 한 달 내에 공식 답변을 해야 한다. 해당 청원의 마감일은 내달 9일이다.
청원인은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되었지만, 그렇다고 그게 떳떳한 죽음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며 "성추행 의혹으로 극단적 선택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언론에서 국민이 지켜봐야 하나"라고 썼다. 이어 그는 "대체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건가"라며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 역시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해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장례를 치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기현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의 타계에 개인적으로 깊은 안타까움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면서도 "서울특별시장으로 장례를 치러야 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무수행으로 인한 사고도 아니며 더이상 이런 극단적 선택이 면죄부처럼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적었다.
또 김 의원은 "세상이 고인의 죽음을 위로하고 그의 치적만을 얘기하는 동안 피해자는 보이지 않는, 또다른 거친 폭력을 홀로 감내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과는 별개로, 성추행으로 고통받은 피해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주시길 바란다. (이것이) 피해자에게 우리 사회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피해자를 배려해 장례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원도 나왔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조문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러나 모든 죽음은 애석하고, 슬프다"며 "유가족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은 전한다"고 밝혔다.
류 의원은 "고인의 명복을 비는 사람들의 애도 메시지를 보고 읽는다. 고인께서 얼마나 훌륭히 살아오셨는지 다시금 확인한다"면서도 "저는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당신'은 박 시장을 상대로 한 성추행 혐의 고소인으로 해석된다.
그는 "존경하는 사람의 위계에 저항하지 못하고 희롱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당신이, 치료와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서야 비로소 고소를 결심할 수 있었던 당신이, 벌써부터 시작된 2차 가해와 신상털이에 가슴팍 꾹꾹 눌러야 겨우 막힌 숨을 쉴 수 있을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오늘의 충격에서 '나의 경험'을 떠올릴 '당신들'의 트라우마도 걱정"이라며 "우리 공동체가 수많은 당신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앞서 서울시는 박 시장의 장례가 최초의 서울특별시장(葬) 5일장으로 치러지며, 서울시청 앞 분향소를 설치해 조문을 받겠다고 안내했다. 박 시장은 전날 실종신고가 접수된 지 7시간 만인 이날 새벽 0시께 서울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시장은 최근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이 사망함에 따라 해당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