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플랫폼…KB카드 주도로 개발
빅테크 금융진출 견제, 고객 락인효과도
KB 고객기반 등 적극 활용할 듯
[헤럴드경제=박준규·이호·박자연 기자] KB금융의 핵심 추진 사업인 간편결제(페이먼트) 서비스 ‘KB페이’가 이르면 9월에 베일을 벗는다.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한 빅테크가 장악하고 있던 시장에 전통 금융그룹이 ‘반격’에 나선 셈이다. KB카드를 비롯한 그룹사의 고객기반과 인프라를 총동원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서비스가 예상된다.
9일 금융권과 핀테크 업계 등에 따르면 KB금융은 하반기에 KB페이를 서비스할 계획이다. 현재는 론칭한 뒤에 확장 전략과 마케팅 포인트 등을 외부 컨설팅업체 등을 통해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B페이 준비는 KB카드가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신용카드 정보를 모바일에 등록해 사용하는 ‘앱카드’ 형태에서 간편결제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게 골자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간편결제 서비스를 펼치고 있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 결제서비스의 특장점을 두루 스터디했다.
특히 KB카드는 온라인-오프라인 채널에서 모두 경쟁력있는 서비스를 설계했다. 네이버·카카오페이가 무섭게 컸지만 여전히 온라인 기반에서 활약한다는 점을 간파했다. KB카드가 가진 266만여곳의 막대한 카드 가맹점 네트워크는 큰 자산이다.
기본적으로 네이버·카카오페이는 모(母) 플랫폼에 연동돼 발행하는 간편결제 비중이 크다. 대표서비스는 네이버쇼핑, 카카오톡, 카카오T 등이다. 자사 플랫폼을 벗어나 온·오프라인에서 결제할 수 있는 접점도 양사가 50만곳 수준으로 빠르게 늘렸으나 기존 카드사들의 네트워크와 비교해선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KB금융은 KB페이를 내놓은 뒤 기존에 국민은행이 운영하던 간편결제서비스인 ‘리브(Liiv)페이’와 연동할 계획이다. 리브페이는 국민은행 계좌, 체크카드만 제한적으로 연결해 결제하는 서비스다. 범 KB금융 차원의 결제 플랫폼을 형성하는 것이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출시된 간편결제의 고객경험을 다 포괄하는 모델로 만들어 가고 있다”며 “그룹에서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KB페이는 금융그룹 고객을 KB라는 울타리에 머물게 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KB카드는 KB금융 고객군에서만 1차적으로 1000만명 이상을 KB페이의 잠재고객으로 분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각 그룹사들이 KB페이를 통해 공동 금융상품을 소개할 수 있다.
다만 강력한 지급결제 서비스로 확장하려면 ‘펀딩소스’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 펀딩소스는 간편결제에 연결하는 은행계좌, 신용·체크카드 등을 말한다. 당장 KB페이는 KB금융 외에 경쟁 금융그룹의 은행, 카드사와의 업무제휴는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KB는 우선 지방은행, 저축은행 등과 제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대형 핀테크 대표는 “마이페이먼트를 앞두고 큰 결제시장의 기회를 노리기 위해서 KB가 서둘러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객들이 돈을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특정 결제서비스를 꺼내는 결제습관을 확보하는 게 업계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