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추진, 공공성 이슈에 발목
결합상품 못 내놔 독자생존 위기
“인수 참여를 위해 사용될 자금은 우리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보루.”(스카이라이프 노조)
독자생존을 위해 사활을 걸고 현대HCN 인수를 추진 중인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가 또다시 ‘공공성’ 이슈에 발목이 잡혀, 인수·합병(M&A)이 난관에 부딪혔다.
위성방송에 대한 공적 책무만을 너무 부각하다 보니 경쟁력을 잃어 유료방송시장에서 도태되고 있다. 그런데도 M&A에 대한 견제가 심하다. 독자생존의 길이 험난하다.
▶절대강자 사라진 시장…‘위성방송만 M&A 안 돼!’ 재탕=매각을 추진 중인 케이블업체 현대HCN의 본 입찰을 앞두고, 스카이라이프의 ‘공공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한 마디로 위성방송은 공공성이 커, 타 유료방송업체를 M&A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특히 KT를 견제해야 하는 경쟁업체들도 공공성 논리를 앞세워 스카이라이프 M&A 저지에 팔을 걷어붙였다.
현대HCN의 본 입찰은 오는 15일로 예정됐다. 지난 5월 진행된 예비 입찰에는 스카이라이프, SK텔레콤, LG유플러스가 참여한 상태다.
M&A 추진 과정에서 위성방송의 ‘공공성’ 이슈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8년 11월 스카이라이프가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할 당시 국회에서 공적 책무를 가진 위성방송이 M&A에 참여하는 것이 적합한지를 놓고 논란이 일자,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하지만 2년 전과 비교해 유료방송시장의 경쟁구도가 확연히 달라졌다.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LG유플러스·LG헬로비전의 대형 M&A가 성사되면서 시장 판도가 달라졌다. 현재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KT(스카이라이프 포함) 31.52% ▷LG유플러스(LG헬로비전 포함) 24.91%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포함) 24.17%다. 과거 KT계열과 타 통신사의 점유율이 최대 2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났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는 절대강자가 없는 시장이다. 특히 상위 사업자의 유료방송 점유율을 33.3%로 제한한 합산규제도 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합산규제도 없어졌는데 또다시 공공성 논리로 위성방송의 M&A를 막으면 결국 위성방송은 시장에서 생존하기 힘들 것”이라며 “유료방송 경쟁환경이 완전히 달라진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생존 사활’, 인수 총력전!=스카이라이프 내부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이제는 독자생존이 쉽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당장 결합상품 중심으로 재편되는 유료방송시장에서 위성방송의 경쟁력 확보도 어렵다. 방송·인터넷·이동전화 결합상품 이용자는 전체 유료방송 이용자의 43% 달한다. 위성방송은 인터넷TV(IPTV) 사업자와 비교해 자체 초고속인터넷, 이동통신의 결합상품 구성도 쉽지 않은 환경이다.
상품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위성방송 가입자는 2017년 436만4000명, 2018년 427만3000명, 2019년 418만8000명으로 해마다 감소세다. 시장점유율도 2017년 10.53%에서 지난해 하반기 9.56%로 하락하며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2년 전 인수 추진을 반대했던 스카이라이프 노조 측도 최근 성명서를 통해 “인수 참여를 위해 사용될 자금은 우리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보루”라고 언급, 노사가 한목소리로 이번 인수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스카이라이프 측은 “공적 책임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독자생존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박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