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경험·실력 갖춰야 투자
각종 운용 정보 공개 의무화
사고 시 판매·수탁사에 책임
운용사 견제·감시 체계 구축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 지난 2009년 6월 맨해튼 연방 지방법원은 메이도프에게 징역 150년형을 선고했다.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까지 맡았던 버나드 메이도프는 자신의 증권사를 통해 받은 투자금으로 이른바 ‘돌려 막기’를 해 총 650억 달러(약 77조원)의 피해를 투자자들에게 입혔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메이도프의 사기를 방조했다는 책임이 인정돼 미 법무부에 26억 달러(약 2조8000억 원)의 배상금을 물어내야 했다. 메이도프의 주거래 계좌가 JP모건체이스였고, 이 계좌가 주로 돈세탁에 사용됐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당시 검찰은 JP모건의 일부 직원들이 메이도프의 수상한 자금 움직임에 대해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사모펀드(PEF) 환매 중단 사고가 잇따르면서 제도 개선 주문들이 폭주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앞두고 메이도프 펀드 사고 사례 뒤 사모펀드 운영리스크와 시스템 관리를 위한 규제 의무규정을 대대적으로 도입해 재발 방지에 나선 바 있다.
▶돈, 경력, 실력까지…사모펀드 투자자격기준 ‘촘촘’
미국의 사모펀드 규제체계의 핵심은 ‘정보 투명성’과 ‘까다로운 진입장벽’에 있다. 2010년 제정된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적격투자자의 기준을 자산 100만달러(한화 약 12억원) 이상으로 했다. 본인이 거주하는 집의 가격은 뺀 순수 유동자산의 규모가 100만달러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2년간 연소득은 20만 달러(2억4000만원)이상인 개인에게만 사모펀드 투자자의 등록의무 면제 기회를 부여했다. 말하자면 돈이 많고 수입이 일정 수준 이상되는 개인들에게만 투자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여기에 미국 금융당국은 매 5년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자산을 재책정하는 조건도 추가했다.
미국의 증권거래 관리감독기구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들어 적격 투자자 기준에 ‘금융지식’도 추가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 SEC는 적격투자자 정의에 “민간 자본시장에 참여할 자격을 증명할 수 있는 자격증이나 일정기간(약 10년 이상)의 투자경험이 있는 사람을 적격 투자자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SEC는 4년마다 적격 투자자의 기준을 확대하거나 조정해왔다.
사모펀드 투자 요건을 두고 한국은 성급하게 규제를 완화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2015년 금융위원회는 전문투자자형 사모펀드 투자의 최저한도를 5억 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는 10억원에서 3억 원으로 내렸다.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미국은 사모펀드 투자 진입장벽을 높여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장치를 강화했다”며 “사모펀드 시스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투자자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보 공개 투명…수탁사 감시 ‘꼼꼼’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기관에 대한 책임을 구분하는 방식도 다르다. 우리나라는 사모펀드를 자산운용사가 만들면 증권사와 은행이 수탁계약을 맺어 투자자에게 판매한다. 문제는 특례조항에 따라 수탁은행이 자산운용사들에 대한 관리·감독할 근거가 취약하다는 점이다. 현행자본시장법 247조는 펀드의 재산을 보관·관리하는 신탁업자의 역할을 감시의무까지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수탁은행은 운용사의 행위가 법령, 집합투자규약, 투자설명서 등을 위반했을 경우 운용지시나 운용행위의 철회·변경·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데,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면제된다. 이 때문에 수탁은행도 자산운용사에 의해 사기사고가 발생해도 ‘우리도 피해자’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기본적인 펀드 상품에 대한 수탁(fiduciary) 의무가 운용사와 은행 모두에게 있다고 본다. 운용사와 은행 모두 정보공시의 의무가 있다. 특히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업체는 정보공시 의무가 면제될 수 없도록 법이 강화됐다. 운용사는 SEC에 의무적으로 관련 상품의 구성과 위험성, 현황 등을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관련 보고서는 ‘폼 피에프(Form PF)’라는 양식으로 SEC에 제출된다.
▶사고 책임 판매사에…운용사 선정 ‘깐깐’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책임과 처벌은 어떻게 나눠질까. 일단 불완전 판매에 의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주의주시 의무에 대한 입증 책임은 수탁(유통)업체에 있다. 이 때문에 은행은 자산운용사에 대한 관리·감시 의무가 법적으로 촘촘하게 짜여있지 않더라도 이에 대한 처벌을 면하기 위해 운용사 선정에 주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8년 웰스파고는 2005~2007년까지 모기지 부실대출을 한 혐의로 20억 달러(약 2조4000억 원)가 넘는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웰스 파고는 2012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은채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팔았다는 이유로 총 274만 달러(약32억9900억원)의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당시 감독기구인 미 증권 자율규제기구(FINRA)는 웰스파고뿐만 아니라 모건스탠리, 씨티은행, UBS 등 4개 대형은행이 총 910만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에도 시세 조종으로 부당이득이 50억원 이상인 경우는 최고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최대 과징금은 20억원에 불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