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모임 측 “사후 진수성찬은 의미 없어”
길원옥 할머니 아들도 ‘뭉칫돈 출금 의혹’에 반환 소송 예고
법조계 관계자들 “입증책임은 원고에…자료 없이는 어려워”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회계 부정 의혹으로 촉발된 정의연과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법인 나눔의집 등에 대한 후원자들의 후원금 반환 소송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들은 실질적인 후원금 반환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연 전신)와 나눔의집 등에 기부를 해온 후원자들로 구성된 ‘위안부’ 피해 할머니 후원금 반환소송 대책모임(이하 대책모임)의 소송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30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후원자들의 마음은 ‘돌아가신 다음에 진수성찬을 차리는 것보다 살아 계실 때 맛있는 거 하나라도 더 드리겠다는 것’”이라며 “후원금을 냈는데, 자기네 개인 땅을 사는 데 썼다면 돌려줘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대책 모임 소속 후원자 32명은 이달 24일 나눔의집과 정대협에 기부했던 총 3600만원에 대한 후원 행위 취소에 의한 부당이득반환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나눔의집에 기부한 강모 씨 외 28명은 3400여 만원을, 정대협에 기부한 오모 씨 외 2명은 170여 만원에 대한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앞서 이달 4일에는 대책모임 측 23명이 나눔의집을 상대로 5074여 만원에 대한 후원금 반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정의연이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거주하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2) 할머니의 통장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갔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정의연에 대한 추가적인 기부금 환수 소송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명숙 전 게임물관리위원장은 지난 2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길 할머니의 통장 내역을 공개하며 “2017년 11월 길 할머니 통장으로 입금된 국민 성금 1억원이 입금 1시간여 만에 모두 빠져나갔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의혹에 길 할머니의 아들 황선희(61) 목사 측은 길 할머니 명의로 된 정의연 기부금에 대한 반환 소송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후원금을 반환받을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중론이다. 민법 제109조에 따르면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지만(착오에 의한 취소), 법률가들은 이마저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
권오훈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후원으로 생긴 금액이 그대로 안 쓰였다는 걸 입증하긴 굉장히 어렵다”며 “후원금의 경우 대부분 조건부가 아닌 일방적인 증여인 경우가 많아 바로 반환을 요청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예를 들어 A라는 물건을 사는 줄 알고 돈을 냈는데 사실 B였다면 ‘착오에 의한 취소’가 성립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엔 해당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허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도 “기부금 반환 소송 제기 자체는 가능하겠지만 입증 책임에 있어 원고가 정의연이 후원금을 제대로 쓰지 않았단 것을 어느 정도는 입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착오에 의한 취소의 경우 역사상 성립된 판례도 없고 어렵다”며 “차라리 특정한 목적을 정해서 주었지만 그걸 다른 쪽에 썼다는 ‘용도 사기’로 접근하는 것이 기부금 반환에 있어서 더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대책모임 측의 김 변호사는 “설령 진다고 하더라도 소송 자체만으로도 ‘후원자들의 뜻대로 쓰지 않으면 다 빼앗기는구나’란 경고가 되었단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후원자분들도 돈을 돌려받아 개인적으로 쓰겠다는 것이 아닌 처음 후원할 마음을 먹었던 그 뜻 그대로 다시 쓰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