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이스피싱 척결 방안’

탐지·예방·구제·처벌 등 포괄

개인 차원의 대응 한계 인정

의심거래는 선제적 지급정지

정부가 24일 발표한 ‘보이스피싱 척결 종합방안’은 탐지·예방의 사전 관리부터 피해구제 및 처벌의 사후단계까지 두루 안전망을 갖추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고도화됨에 따라 방지 책임을 금융사에도 지운 점이 주목된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1~4월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220억원(피해건수 1만3084건)으로 전년 동기 2177억원(피해건수 2만6053건) 대비 43% 감소했다.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의 활동이 감소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메신저피싱(SNS를 통해 피해자에게 금원을 요구하는 것)은 1~4월 피해액 128억원(3273건)이 발생해 전년 동기 84억원(2416건) 대비 50% 가량 증가했다.

최근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가 결합한 신종 수법도 확산하는 추세다. 스마트폰에 ‘전화 가로채기 앱’을 설치하게 해 금융사에 전화를 걸더라도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통화가 연결되는 수법이나 ‘원격제어 앱’을 설치하게 해 피해자 스마트폰의 금융 앱에서 돈을 빼가는 등의 방식이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보이스피싱 범죄가 지능화·고도화되면 국민들이 노력하더라도 잘 모르고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책임으로 하기에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라며 이번 대책 마련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이같은 취지에서 금융 인프라를 관리하는 사업자인 금융사가 전문화된 정보와 시스템을 가지고 보이스피싱에 대응할 것을 의무화했다. 금융사가 금융사기·사고 등을 탐지하는 ‘이상금융거래 탐지 시스템(FDS)’을 통해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금융거래를 모니터링하고 의심이 되면 임시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다. 현재도 금융사는 FDS를 운영하고 있지만 자율에 맡겨져 있다 보니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뚫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에 정부는 금융사가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FDS를 고도화할 수 있도록 금융권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하도록 하고, 데이터 이용 관련 규제 등을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사는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면 지연이체나 임시지급정지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기존에 지급정지 의무가 없었던 간편송금업자 등 전자금융업자도 의무를 부여받게 되며 다른 금융사와 사기이용계좌 관련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임시지급정지의 경우 기존에는 본인이 자금이체를 한 것이 확인되면 정지를 풀어줘야 했는데, 금융사가 자체 판단으로 지급정지를 지속할 수 있는 재량권이 생긴다. 정부는 금융사가 의심거래를 차단했을 경우 고의·중과실이 없는 한 면책해줄 방침이다.

금융사에게 의무가 부여된 만큼 이를 지키지 못해 피해가 났을 경우 배상 의무도 지게 된다. 현재도 금융거래시 본인확인을 하지 않거나 당국의 정보제공 등이 있었음에도 지급정지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금융사는 배상책임을 지기는 하나 인정된 사례가 거의 없었다.

앞으로는 이용자의 고의·중과실이 없는 한 금융사가 원칙적으로 배상책임을 지는 방안이 추진된다. 다만 금융소비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책임을 공평하게 분담시키기 위해 구체적인 배상 기준은 의견 수렴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밖에 보이스피싱을 예방하기 위해 휴대폰, 전화번호, 앱, 사이트 등이 보이스피싱에 이용된다고 의심될 경우 적극적으로 차단할 방침이다. 빅데이터와 AI 등 디지털 신기술을 이용해 보이스피싱을 탐지하는 기술을 고도화하고, 유관기관 간의 정보공유를 통해 대응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당장 이달부터 연말까지 검경과 금감원이 불법금융행위

유관기관 일제 집중 단속에 나서며, 불법이 적발될 경우 최대수준으로 처벌할 방침이다. 대포통장 등 보이스피싱에 대한 조력행위도 최대 징역 5년 등 처벌이 대폭 강화된다.

김성훈 기자